아파트 단지서 '시속 60km' 쌩..고속도로 아닙니다

남형도 기자 2018. 2. 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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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행해서 조심조심 다녀야 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속도를 높이는 차량들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주부 최윤정씨(39)는 "아무래도 단지 내에서는 마음 편히 산책도 하고 싶은데 빠르게 다니는 차량들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전에는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차 때문에 반려견이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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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길·내리막길서도 속도 안 줄여.."사고 발생시 형사처벌 받도록 법 정비해야"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부 송모씨(38)는 지난달 아이와 산책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길을 건너가는데 자동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달려온 것. 운전자는 차량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송씨와 딸 앞을 '쌩'하고 스쳐지나갔다. 건너갈까 말까 망설이다 멈칫했던 송씨는 그대로 얼음이 됐다. 송씨는 "못해도 최소 시속 60㎞ 이상은 돼 보였다"며 "아파트 단지가 고속도로도 아니고 왜 속도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행해서 조심조심 다녀야 하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속도를 높이는 차량들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단지 내부라는 특성상 뛰어다니는 아이나 천천히 산책하는 노인들도 많아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사유지라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않아 속도 제한이 없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7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등이 포함된 '도로 외 구역' 교통사고는 2014년 41만9400여건, 2015년 42만1700여건, 2016년 42만9400여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공단이 2014년 전국 아파트 단지 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교통사고 중 16.6%는 긴 직선 도로나 내리막길에서 서행 운전을 하지 않아 발생했다. 빠른 속도로 다니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실제 머니투데이가 5~7일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3곳의 도로에서 주행하는 차량들을 살펴본 결과 과속하는 차량들이 다수 발견됐다.

5일 오전 발견한 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은 내리막길에 보행자가 있음에도 빠르게 질주했다. 못해도 시속 50㎞ 이상은 돼 보였다. 과속 방지턱 앞에서 빠르게 속도를 줄였다가 아파트 정문 입구까지 다시 빠르게 주행해나갔다. 6일 저녁 발견한 한 준중형 승용차는 지하주차장 오르막에서 속도를 급하게 높이다 지나가는 보행자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같은날 밤 발견한 한 대형 승용차는 커브길에서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고 질주하다 다른 중형차와 충돌사고를 낼 뻔했다.

이중 한 운전자에게 과속한 이유를 묻자 "도로에서 빨리 다니는 것이 습관이 돼서 단지에서도 빨리 다니는 것 같다. 주의해서 운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운전자도 "주로 출근길에 지각했을 때 단지 내에서도 급하게 다니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과속 차량들 때문에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주부 최윤정씨(39)는 "아무래도 단지 내에서는 마음 편히 산책도 하고 싶은데 빠르게 다니는 차량들 때문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며 "전에는 속도를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차 때문에 반려견이 사고를 당할 뻔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준호씨(36)도 "지하 주차장에서 천천히 차를 몰고 나가다 갑자기 옆으로 돌진한 차 때문에 사고가 난 적이 있다"며 "그 뒤로 단지 내에서 다니는 것도 불안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도로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자동차들이 다니는 속도 제한이 없다. 설령 속도 제한이 있다 해도 이를 적발하거나 처벌할 방법도 없다.

김진형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교수는 "차단기가 돼 있어서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는 사유지 개념이 강해 속도 제한 같은 것을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어린이나 고령자 같은 교통약자가 함께 이용해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통약자가 같이 이용하는 공동주택구역 등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중을 떠나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실효성을 가지려면 운전자 스스로 이 안에서 빠르게 가면 안되겠구나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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