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까지 갔다.. 법원 향한 '저주'

조백건 기자 2018. 2. 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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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아닌 개판.. 침 뱉고 싶다" "재판장을 석궁으로 쏘고 싶다"
與의원들·일부 법원 공무원 등 이재용 재판부 연일 인신공격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석방한 서울고법 정형식 부장판사를 연일 공격하고 있다. "판결이 아닌 반역" "침을 뱉고 싶다"는 막말까지 했다. 한 법원 공무원은 내부 통신망에 정 부장판사를 향한 '석궁 테러'를 암시하는 글까지 올렸다. 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젠 그 도(度)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7일 당 회의에서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판결은 사법부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판결로 기록될 것"이라며 "상식을 깨뜨린 황당한 재판은 '신(新)판경(判經) 유착'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했다. 박범계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재판장 한 사람 취향에 따라 이뤄진 널뛰기 재판"이라고 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재판정을 향해 침을 뱉고 심은 심정"이라며 "지나가는 개도 웃고 소도 웃을 판결"이라고 했고, 박영선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삼법(삼성과 법관) 유착"이라고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 당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재판이 아닌 개판'이라며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암약하는 적폐는 그대로'라고 했다. "이재용 어머니도 못 해줄 일을 판사가 했다. 이것은 판결이 아니라 반역"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의 이런 반응은 작년 8월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 때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하자 추미애 대표는 "국민이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사법부의 냉철한 판결을 국민과 함께 존중한다"고 했다. 자신들 입맛에 맞는 판결이 나오면 '존중한다'고 했다가 그렇지 않으면 '개판'이라는 극언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코드 판결'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원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비난이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법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방의 한 법원 공무원(8급)은 지난 6일 내부 통신망에 '누가 석궁 만드는 법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 내용은 '진심 쏘고 싶다'는 한 줄이 전부였다. 사실상 정 부장판사에게 석궁 테러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일반인들도 꺼내기 어려운 말을 법원 직원이 공개적인 통신망에서 한 것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법원 관계자는 "특정인을 거명하면 협박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목 대상을 교묘하게 가린 것 같다"며 "비열한 행위"라고 했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도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판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그는 작년 12월 법원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석방하자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2014년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 사건 1심 판결 직후 법원 내부망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김현 대한변협회장은 "재판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격하는 건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일"이라고 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재판부에 대한 과도한 비판은 법리가 아닌 여론에 따라 재판하라고 몰아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치권이든 시민사회든 일단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결과를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3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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