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 부인하자..다른 재판서 "증거 부동의"

박광연 기자 2018. 2.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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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사건을 심리한 항소심 재판부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물증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9) 업무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기 등의 혐의를 받는 한모씨 측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앞서 증거로 동의한 안종범 수첩에 대해 입장을 바꿔 증거로 부동의하겠다”고 밝혔다. 한씨는 최순실씨(61)의 독일 측근인 데이비드 윤씨와 함께 개발업자에게 “최씨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움직여 헌인마을이 국토교통부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50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착수금 명목으로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잔자 부회장이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ang.com

검찰은 안종범 수첩에 적힌 내용을 바탕으로 한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길 수 있었다.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한 안종범 수첩에는 ‘국토부 뉴스테이, 헌인마을’, ‘헌인마을→국토부→확인’이란 내용 등이 적혀있었다. 지난달 30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헌인마을을 뉴스테이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은 적 있나’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씨 측은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동의했지만, 이날 입장을 바꿔 부동의 의견을 밝혔다. 한씨 측 변호인은 “상급심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부정된 이상 증거로 부동의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씨 측이 언급한 상급심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다. 지난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1심과 달리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과 같이 안종범 수첩을 내용이 기재된 자체만을 사실로 인정하는 ‘간접증거’로 볼 경우, 우회적으로 그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인함에 따라, 안종범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혐의를 입증해오던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재판 진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 선고 직후 특검은 “앞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 판결한 다른 국정농단 사건의 결론과도 상반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등에서도 안종범 수첩을 둘러싼 공방이 또 다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씨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지난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1심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재판부는 향후 재판에 안 전 수석을 증인으로 불러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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