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규제하다 블록체인 놓친다"..'소탐대실' 경고
"미래시장 선점위해 암호화폐 성격·제도화 서둘러야"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차오름 기자 = 정부가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대표적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70% 이상 폭락한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까지 사장될 수 있다"는 '소탐대실론'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불가분성'을 근거로 '암호화폐의 투기성을 규제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활성화한다'는 정부입장의 헛점을 지적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가상화폐 대책 TF(태스크포스)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최한 '암호화폐 제도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없이는 개방형 블록체인도 없다"며 "암호화폐의 성격을 조속히 정의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인호 고려대학교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장)는 블록체인 기술을 "믿지 못하는 당사자들이 데이터 또는 신뢰자산을 안전하게 전달·교환·저장하는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라고 정의하면서 "사실상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4차 혁명시대에서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없이는 블록체인 기술도 없다"며 '불가분성'을 내세운 인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의 1세대 격인 비트코인을 규제한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선도할 인재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암호화폐라는 형식으로 나타난 블록체인 기술을 처음부터 막아버린다면 생활 전반으로 구현될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선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인 교수는 2032년에는 전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 위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보고한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료를 들면서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성격을 빨리 정하고 ICO(암호화폐공개) 특구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필 성신여대 교수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분리해서 '투기는 규제하고 기술은 육성한다'는 발상은 쉽지 않은 접근법"이라며 "암호화폐는 블록이 생성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유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채굴 행위에 대한 보상인데 그 가치를 규제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기 힘들 것"이라며 암호화폐를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부의 시각을 비판했다.
홍 교수는 "이미 금융권에서는 다른 산업계보다 먼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시범사업부터 서서히 현실화시켜가고 있다"며 Δ신한지주의 블록체인 기반 비대면 본인인증 서비스 제공 Δ교보생명의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자동 지급 시스템 Δ코스콤의 블록체인 기반 펀드 양수도 거래 개념검증 Δ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 서비스 등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과연 규제가 블록체인 진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암호화폐 시장이 경직되면 사람들이 코인 보상을 기피하게 되고 결국 블록체인 시스템이 불안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정부가 지나치게 (암호화폐의) 부작용에만 집중했다"며 "제도권으로 편입하지 않겠다는 전제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 되레 시장은 제도권 편입 방향으로 (인지하고) 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추경호 자유한국당 가상화폐대책 TF 위원장은 "정부 정책은 혼선을 거듭했고, 급기야 지난달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방안 발언과 이례적인 청와대의 공식 부인 사태까지 펼쳐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개당 2000만원을 훨씬 웃돌던 대표적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지난 2일 900만원 선으로 떨어진데 이어 전날(6일)에는 600만원 대까지 추락했다.
추 위원장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와 진흥 사이에서 균형 있는 시각을 통해 가상화폐와 관련한 올바른 제도화의 방향이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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