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때문에 체면 구기는 아베, '믿는 구석'에서 '폭탄'으로

서승욱 2018. 2. 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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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국회에서 "아내 아키에,자숙해야 마땅"
사학재단 헐값 부지 구매 아키에 관여 의혹
"나도 진실 알고 싶다"발언도 오히려 화 불러
TV 뉴스쇼 "부인 근신시킨다는 총리는 처음"
과거엔 '아베보다 인간적'평가 받던 아키에
과거 선술집 개업 등 자유분방한 스타일
“지금도 여기 저기를 계속 돌아다니는데, 이제부터라도 엄격하게 근신하고 조심해야하는 것 아닙니까”(무소속 에다 겐지 의원) “말씀하신대로 이제부터는 엄격하게 근신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아베 신조 총리)
지난 2014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던 아베 아키에 여사.[중앙포토]
지난 5일 일본 중의원 예산 위원회. 무소속 의원의 거센 추궁으로 코너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가 마지 못해 이렇게 답변했다. 아베 총리가 근신해야 마땅하다고 말한 인물은 바로 부인 아베 아키에(昭恵) 여사다.

그는 한때 '아베의 믿는 구석'에서 이제 '아베의 폭탄'으로 전락했다. 한때 아베 총리보다 더 인기가 높았던 아키에 여사,하지만 최근엔 아베 총리가 아키에 여사때문에 연일 체면을 구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6년 6월 사립학교 재단인 모리토모 학원이 초등학교 부지로 국유지를 감정가(9억3400만엔)의 14%(1억3400만엔)에 해당하는 헐값에 사들인 과정에 아베 총리 부부가 관여했다는 의혹때문이다.

해당 초등학교의 명예교장까지 맡았던 아키에 여사의 개입 정황을 야당 의원들이 최근 다시 집요하게 캐내면서 이 문제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일본 정가의 뇌관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2016년 3월 정부측과 가격협상을 벌이던 사학재단의 전 이사장이 일본 재무성의 담당실장에게 “아베부인으로부터 ‘어떻게 되가느냐. 분발하세요’라는 전화가 왔다"고 아키에 여사의 존재를 거론했다는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통상국회에서 연일 이 문제가 거론되면서 아베 총리는 죽을 지경이다.
아베 신조 총리와 부인 아키에 여사.[중앙포토]
지난 1일 관련 녹취가 국회에서 공개되자 아베 총리는 “질문은 사전통지를 해달라”며 허둥지둥댔다. 또 지난해 총선때부터 “겸손하겠다”고 급격하게 '겸양'을 강조해왔던 태도에서 180도 돌변해,야당 의원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일 후쿠오카 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키에 여사가 했다는 발언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 아키에 여사는 “난 진실을 알고 싶다. 난 전혀 관여안했다”고 말했는데,야당 의원들은 “집에서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왜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쏟아내느냐”,“아키에 여사보다 더 진실을 알고 싶은 건 일본 국민”이라고 추궁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급기야 아베 총리가 아키에 여사에 대해 “근신해야 마땅하다”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현재 일본의 야당은 아키에를 국회 증언대에까지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자민당은 “총리 부인은 공인이 아니라 사인(私人)이다. 그래서 증언대에 세울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도쿄(東京) 긴자(銀座)에 있는 진주 매장을 방문, 양식 진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연합뉴스]
아키에 여사는 일본의 TV프로그램에서도 난타를 당하고 있다. 7일 TV아사히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 출연한 패널들은 “아내가 근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총리는 지금까지 아베 총리밖에 없었다”,“그러면 앞으로 아키에 여사는 전혀 집밖으로 못 나가는 것이냐”,“아키에 여사는 자신의 위치에 대한 지각이 없는 것 같다”는 말들을 쏟아냈다.

남편(64)보다 8살 연하인 아키에 여사(56)는 그동안 아베 총리의 보수적 이미지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과거 한국어 공부에 몰두했던 한류팬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늘 서먹했던 남편을 대신해 양국 공동 행사 등에도 자주 얼굴을 내비쳤다. 아베 정권의 에너지정책 방향과 달리 ‘탈원전’을 주장하는 등 가정내 야당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총리 부인으로서는 자유분방하고 다소 엉뚱한 스타일이다. 제2차 아베내각이 출범(2012년 12월)하기 직전인 2012년 10월 도쿄의 금융가인 간다(神田) 골목길에 ‘우즈(UZU)’란 이름의 선술집을 개업하기도 했다. 남편인 아베 총리가 이를 말렸지만 아키에는 결국 가게 문을 열었다. 당시 주간지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듯한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아베 총리와 다른 인간적인 면모로 주목받았던 아키에였지만 사학재단 관련 스캔들이 거세지면서 이미지 추락을 면치 못하게 됐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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