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연속 이건희 회장 병원 찾아.. 신뢰회복-투자 '조용한' 시동

입력 2018. 2. 7. 03:02 수정 2018. 2. 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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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석방 이후]

[동아일보]

분주한 삼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석방된 지 이틀째인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석방 이틀째를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이 전날에 이어 6일에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20분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을 나서 곧장 병원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도 이 회장의 병상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1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며 나빠졌을지 모를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검진을 받았거나 혹여 통증이 있는 부위가 있다면 전문 진료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 부회장이 어떤 목적으로 병원에 왔는지는 알 수 없다”며 “검진을 받았더라도 환자 개인 정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이날 개인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대외적인 노출은 천천히 하더라도 경영 정상화를 통한 내부 다잡기에는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그동안에도 등기이사로서 계속 업무 보고를 받아온 데다 2심에서 횡령과 배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복귀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 계열사를 이끄는 선단장으로서의 총수 부재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해왔고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경영 복귀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앞으로 보여줄 ‘뉴 삼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KBS 2TV 주말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시청하며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재벌이 고압적으로 ‘갑질’하는 장면 등을 보고 실제 오너 일가의 모습이 일반 국민에게 어떤 식으로 비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성찰은 그가 지난해 12월 직접 작성해 재판정에서 읽은 최후 진술에도 절절하게 녹아 있다.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이라고 시작한 그는 스스로를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지난 10개월 동안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사회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혜택을 누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앞으로 사회공헌 등을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 및 신뢰 회복에 적극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사업적으로도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해를 넘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주요 금융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남았다. 이들은 조만간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김창수 사장(63)의 거취를 논의할 방침이다. 삼성화재도 같은 날 임추위를 열어 안민수 사장(62) 등 CEO를 포함한 임원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조만간 임추위를 열어 윤용암 사장(62) 교체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58)은 60세가 안 돼 자리를 지키거나 다른 계열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상 최대 호황을 이어온 반도체의 뒤를 이을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도 당장 논의가 필요한 과제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던 지난 1년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는 시기였다. 애플은 최근 AI 스피커 ‘홈팟’을 삼성에 앞서 내놓았고 구글 등과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확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에 제2생산라인을 건설해 선제 대응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비전자 계열사의 경우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이 부회장이, 또는 삼성중공업 최대 주주로서 삼성전자가 참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이 부회장이 어떤 직책으로 회사를 이끌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크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직에 오르면서 장기적으로 이사회 의장을 맡아 책임경영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장직을 승계할지는 미지수다.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그룹 회장이란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 저의 소속은 항상 삼성전자였고 업무도 95%는 삼성전자와 계열사 업무를 해왔다”고 말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윤종·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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