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무현 악랄..김대중 발악" MB 기무사령관의 말말말

김성수 입력 2018. 2. 6. 19:43 수정 2018. 2. 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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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달 말, 국군 기무사령부가 국립 현충원에서 정치적 중립을 선언하며 적폐 청산 의지를 결의하는 '세심(洗心=마음을 씻는) 의식'을 가졌다. 한겨울, 기무부대원 6백여 명이 '세심수'에 손을 씻으며 잘못된 관행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하다. 기무사는 과거 얼마나 정치에 개입했을까? KBS는 이명박 정부 당시 기무사의 정치 개입이 단순히 '댓글부대' 운용에 그친 것이 아니라,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려는 시도까지 번졌음을 확인하는 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9년 전, 기무사령관의 편향된 안보관과 선거 개입 의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연관기사] [단독] MB 기무사 ‘선거 개입’ 시도…“좌파들이 정권 못 잡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채 식지 않았던 지난 2009년 7월 7일, 당시 김종태 국군 기무사령관이 참모간담회의에서 지시한 사항을 기록한 문건, 이른바 '사령관님 강조사항' 이다.


-MB 시절 기무사령관, “좌파가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기무사가 역할을 해야”

김종태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같은 해 10월, 10개 지역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거가) 예상이 되는 곳에서는 선거법에 걸리지 않도록 활동을 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자신은 "궁극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전복되지 않도록 지자체 및 보궐선거에서 보수세가 지지 않는 것, 좌파가 정권을 잡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 주안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제시했다. 기무사가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와 연계해 UCC 등 순화 자료를 보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특히 기무사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국정원과 지방자치단체를 전면에 내세워 시.군.구 안보협의회를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기무사령부가 직접적인 선거 개입과 인터넷 여론 조작에 조직적으로 나섰을 개연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역의 한 안보협의회장은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기무사로부터 (안보협의회) 설립 초기에 '어떤 취지로 그런 모임을 만드느냐. 동기가 뭐였느냐, 어떻게 활동을 할 거냐'는 연락을 받았었다"고 말했다.

-기무사, 안보협의회 지원 근거 마련해 안보 강연...사실상 선거 운동

기무사는 안보협의회를 사실상 '선거 개입'의 중추 조직으로 활용했다. 안보협의회 강연 영상을 보면 사실상 선거 운동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보궐 선거가 예정된 경기 수원 지역에서 보수단체 주최로 열린 안보강연회. 강연자로 나선 박승춘 전 보훈처장(당시 전 국방정보본부장)은 "정치인의 선택은 생사의 선택"이라며 "보수 정권에 표를 몰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당시 노무현 정권을 두고 "안보 불감증을 만들고, 연방제 통일을 추진한 세력"이라고 깎아내렸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인 2009년 11월, 통합방위법 시행령이 개정됐는데, 안보협의회 구성원으로 '지역 재향군인회장'이 추가됐다.

즉, 재향군인회장이 안보협의회 구성원이 됨으로써 통합방위 대비책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안보 교육 등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면 기무사가 재향군인회 등 안보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시행령까지 개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MB 기무사령관, "노무현 악랄...김대중 발악" 편향된 안보관

이뿐만 아니라 문건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기무사의 편향된 안보관을 드러내는 부분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 사령관은 지난 2009년 7월 7일, 참모간담회의에서 정국을 논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악하는 것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며 "국민들은 일어서라고 하고, 군인들이 봉기하라고 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이어 "모든 혁명 세력은 군인들을 선동하여 초기에 이렇게 시작했다"며 "좌파들의 대전복 전략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 되는 것이냐"고 강조한다.


회의 당시 진행되고 있던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평택 공장 점거 농성(2009년 5월 22일~8월 6일)에 대해선 이렇게 진단한다.

"좌파의 지령을 받은 세력들은 40~50명을 전면에 내세우고 파이프 안에 130만 리터의 시너와 석유를 넣어서 공권력이 투입되면 이를 발화시켜 몇십 명의 사상자를 내게 하여 정국을 혼란하게 하여, 대한민국의 전복, 현 정권의 퇴진을 기도하려고 하는 것임"

김 사령관은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 전인 같은 해 5월 18일에는 해병대전우회 총재 등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방개혁 2020' 방안을 비판하며 "악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당시 해병대전우회 부총재 자격으로 식사자리에 참여했던 탤런트 임채무 씨는 KBS 취재진을 만나 "(이전까지) 그런 행사도 해본 적도 없고 그날따라 총재님이 그런 분이 오시니까 얼굴로 (저를) 불렀던 거 같다” 고 증언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기무사가 일방적으로 편향된 시각에서 정치적 쟁점 사안에 대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김 전 사령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기무사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한 KBS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김 전 사령관은 지난 2010년 4월 기무사령관을 마치고 19대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나, 20대 국회의원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군 관계자는 "기무사 본연의 임무는 쿠데타 방지라는 대 전복 임무, 방첩 업무가 주 임무다. 방첩 활동은 목숨을 담보로 할 정도로 위험하고 고달픈 임무인 반면, 국내 정치 개입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지금이라도 ‘보여주기 식 이벤트’보다는 기무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수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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