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삼성 장학생"·"적폐 판사".. 인신공격·무차별 신상털기 우려

박진영 2018. 2. 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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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돈인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를 풀어준 정형식 판사의 그간 판결에 대한 감사를 청원합니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과 인신공격, 신상털기 등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선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뇌물로 36억여원을 준 사람에게 징역형 집유를 선고한 데 대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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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정형식 판사 비판'에 우려 목소리

“국민의 돈인 국민연금에 손실을 입힌 범죄자를 풀어준 정형식 판사의 그간 판결에 대한 감사를 청원합니다.”

지난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 청원·제안 코너에는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6일 오후 10시30분 현재 14만여명이 동의하고 나섰다. 조만간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는 2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비판과 인신공격, 신상털기 등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부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6일 온라인상에는 정 부장판사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삼성 장학생’이나 ‘적폐 판사’, ‘쓰레기 판사’ 같은 원색적 비난은 물론이고 “퇴직하고 삼성에 갈 것 같다”는 식의 인신공격도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 부장판사의 가족관계 등 신상털기도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정 부장판사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이날까지 올라온 정 부장판사 관련 글은 730여건에 달한다. 대부분 그를 파면 혹은 해임하라거나 감사해 삼성과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헌법에 따라 신분이 보장되는 판사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이상 파면할 수 없다. 또 특정한 판결을 이유로 판사를 감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다”면서도 “상대방 인격을 모욕하거나 신상을 공개해 공격하는 건 범죄행위”라고 꼬집었다. 판결을 비판할 수는 있어도 판결 자체나 해당 판사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대법관도 “자기 입장에서만 과도하게 비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사 개인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부 권위를 흔들어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판사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에 반하고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일선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뇌물로 36억여원을 준 사람에게 징역형 집유를 선고한 데 대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판사는 “솔직히 말해 정권이 바뀌었고 (이 부회장에게 집유를 선고하면)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왜 그렇게 했겠느냐. 증거가 없으니 그렇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며 재판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은 법리와 최종 판단, 양형 등 모든 점에서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영권 승계작업을 부정하기 위해 사실상 명시적인 물적 증거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1심 판결의 논거를 뒤집으면서도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과정에서 증거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대부분 혐의를 1심 재판부와 달리 판단한 건 모순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법원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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