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차세대 컴퓨팅 시스템 양자컴퓨터
분자 스스로 구성·작동하는 방식
IBM, 양자 프로세서 대중에 개방
클라우드 방식에 시스템 구현 계획
물류·금융 포트폴리오 등 적용도
지난 2014년 개봉된 영화 '트렌센던스'는 인공지능(AI) 천재 과학자 윌(조니 뎁)이 총격을 당해 죽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연인 에블린(레베카 홀)은 윌을 살리기 위해 그의 뇌를 양자컴퓨터에 업로드해 살려냈고, 그 결과 윌은 무한한 힘을 갖게 됩니다. 이 영화는 공상과학소설(SF)에서 나올만한 줄거리로 전개됐으나 많은 사람이 양자컴퓨터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양자컴퓨터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IBM, 삼성전자, JP모건체이스, 옥스퍼드대학 등은 양자컴퓨터 개발에 협력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현 컴퓨터 대체할 양자컴퓨터=고전 컴퓨터라고 불리는 현재 컴퓨터 시스템은 지난 수십 년간 세계를 발전시킨 원동력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발전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컨대 고전 컴퓨터로는 커피의 카페인 분자를 모델링해 상세한 화학구조와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카페인 분자가 고전 컴퓨터의 능력에 비해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양자 물리에 기반한 새로운 연산방식을 이용하면 고전 컴퓨터 시스템에서 계산할 수 없는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컴퓨터는 '비트(bit)' 단위의 이진법을 사용해 정보를 계산하고 처리합니다. 정보는 0 아니면 1의 상태로 존재합니다. 비트는 '켜기 또는 끄기', '참 또는 거짓'의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에 기반에 작동합니다. 단순하게 0 또는 1이 아니라 00, 01, 10, 11의 0과 1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큐비트(qubits)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법칙에 따라 두 개의 입자는 서로 '얽힌' 상태로 존재하고,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합니다. 양자컴퓨터의 무한한 가능성이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어려운 양자화학도 '척척'=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양자화학 분야에서도 응용될 수 있습니다. 양자화학이란 지구와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물질의 화학적 구조와 물리적 특성을 탐색하는 학문입니다. 양자화학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지만,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더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양자컴퓨터는 분자가 스스로 구성하고 작동하는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때문에 화학 분자의 복잡한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인간이 자연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IBM은 양자컴퓨팅을 발전시키고 보급하기 위해 현재 보유한 양자물리학과 양자컴퓨팅 기술을 대중에 공개했습니다. 또 2016년 5월부터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라는 5큐비트 양자컴퓨터 커뮤니티를 통해 누구나 IBM 양자 프로세서를 활용하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양자컴퓨팅을 시험하거나 시뮬레이션할 기회도 주고 있습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현재 2만5000여 명에 달하는 학생, 전문가, 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양자 컴퓨터의 활성화를 위해 'IBM 티치미 퀀텀 어워드', '퀴스킷(QISKit) 개발자 챌린지' 등 다양한 공모전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결 불가능했던 문제 푼다=아울러 IBM은 단순한 큐비트의 수가 아닌 큐비트의 품질을 높여 양자 오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양자볼륨(Quantum Volume)'이라는 새로운 측정기준을 도입해 큐비트의 수와 품질, 서킷(Circuit) 연결성, 작동 오류율 등 양자시스템의 컴퓨터 연산능력을 파악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IBM은 50큐비트 프로세서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측정에도 성공했습니다. 이 새로운 프로세서는 20큐비트 아키텍처까지 확장돼 다음 세대의 IBM 양자컴퓨터에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IBM은 양자컴퓨터 출시와 함께 5년 내에 클라우드 방식으로 상용 양자시스템을 구현하는 체계를 갖출 계획입니다. IBM 양자컴퓨터 시스템은 현재 고전 컴퓨터로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 예컨대 화학 분야의 기하급수적 문제부터 복잡한 물류, 금융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와 함께 아직 분석이 불가능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 유력합니다. 미래 신약 개발, 클라우드 시스템 보안 강화, 인공지능 기술 진화, 재료과학 발전 등 산업 전반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양자컴퓨터가 세상을 좌지우지한 것처럼 앞으로 모든 곳에서 널리 쓰이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허우영기자 yenn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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