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무른 '교활한 늙은이'"..최영미 시인 성추행 폭로
"삼십년 선배" 시인 성추행 폭로
서 검사 폭로 이후 문화·예술계에도 미투 운동
아래는 시 '괴물' 전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실제 최 시인은 지난해 4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성희롱을 일삼는 한 원로 시인에게 '이 교활한 늙은이야'라고 소리쳤다가 문단 내 왕따가 됐다"고 밝힌 적이 있다.
지난 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실상 고발 이후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로 퍼지고 있다. 2016년 문화·예술계에선 한 차례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 트위터 등 SNS에선 '#영화계_내_성폭력' '#문단_내_성폭력' '#미술계_내_성폭력' 등 해쉬태그와 함께 문화계에 몸담은 여성들의 과거 성폭력 경험이 상당수 공개됐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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