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미투' 동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김서영 기자 2018. 2. 6. 15:38
[경향신문]
최영미 시인이 작품을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한 사실이 알려졌다.
6일 지난해 말 출간된 계간 문화지 <황해문화> 97호를 보면, 최영미 시인은 시 <괴물>에서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고 적었다.
<괴물>을 보면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받고 나는 도망쳤다”,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이 똥물이지 뭐니” 등 대목이 나온다. 작품 속에서 ‘En’이란 작가는 성추행을 일삼는 인물로 그려진다.
최영미 시인은 이 시에서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라고 적었다.
최근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며 ‘미투’(Me, too)가 다시 번지고 있다. 문단 내에서도 유사한 폭로가 이어져 왔다.
최영미 시인은 1992년 등단했다. 지난해 <시를 읽는 오후>를 펴냈으며, 대표작으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미 뜨거운 것들> 등이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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