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개·돼지로 보나"..이재용 2심 재판부에 비난 쇄도

박영주 2018. 2. 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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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뉴시스】김선웅 기자 =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2018.02.05. mangusta@newsis.com

"서민에겐 가혹, 재벌에겐 관대"…재판부 판단에 냉소
"재판부 존중해야"…원색적 비난 멈추라는 목소리도

【서울=뉴시스】사건팀 =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자 시민들의 비난이 재판장인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향하고 있다.

정 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이 부회장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부회장 등이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제공했으며, 책임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2)씨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예상을 아예 못 했던 건 아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오니 우울하고 허탈하다"라며 재판부의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판사는 부끄러움도 양심도 없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 사법부에 기대를 걸기는 힘들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전업주부 김모(60·여)씨는 "한명숙 전 총리 항소심 재판에서는 1심 때 무죄를 뒤집고 징역 2년이나 선고를 하더니, 증거가 차고 넘치는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집행유예라니 말이 안 된다"면서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변호사인 최모(30·여)씨는 "집행유예가 나올지는 몰랐다"며 "판사는 소신 판결이라고 자신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1심에서 인정됐던 경영권 승계 현안, 부정청탁 등도 인정하지 않는 걸 보니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는 충격적이다"고 전했다.

경기 안성의 직장인 서모(36)씨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부익부 빈익빈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서민은 라면 몇 개만 훔쳐도 실형 선고받고 감옥 가는데 재벌은 더 큰 죄를 저지르고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게 말이 되냐"고 목청을 높였다.

직장인 최모(26.여)씨는 "선고가 나오자마자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왔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다"면서 "검찰 내 성추행 등 사법계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0'인 상태다. 법관선출제도부터 싹 갈아엎어야 하다고 생각한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학원생 권모(28·여)씨는 "이재용 부회장을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제공한 '피해자'로 만든 판결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판사의 직책을 가진 사람이 저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장인 임모(30·여)씨는 "정치 권력보다 자본 권력이 더 세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역시 재판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네티즌들 기류도 비슷하다. 일부는 정 판사를 향한 원색적 비난도 퍼붓고 있다.

반면 몇몇 시민들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판부에 가하는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왕=뉴시스】김선웅 기자 =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2018.02.05. mangusta@newsis.com

주부 이모(35)씨는 "재판부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판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쩌면 1심 때는 국민적 공분이 워낙 컸기 때문에 당시 재판부가 사회적인 분위기에 휩쓸린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이 이해가 안 되더라도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매번 민감한 판결이 있을 때마다 판사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비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성모(42)씨는 "국가 권력의 압박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 된 것 같다"며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삼성의 기여도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용서를 받은만큼 한국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삼성이 또 다른 피해자임이 증명됐다. 무리한 기소로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며 "법관에 대한 도를 넘은 비난도 그만해야 한다. 삼성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이렇게 높을 때 여론과 다른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재판부의 판결을 수긍했다.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정 판사(사법연수원 17기)는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2015년 법관 평가에서 95점 이상을 받은 우수 법관 8명 중 한 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 판사는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2014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로 기소된 김선동 당시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항소심에서 1심처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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