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3수' 책임진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 20년 전부터 그려왔던 목표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드디어 올림픽 개막일이 다가왔고, 돌이켜 보니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네요. 이 날을 위해서 그 세월 동안 모든 것을 던졌나 싶은 생각에….”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산파역, 김진선(72) 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음성에선 깊은 떨림이 느껴졌다. 1990년대 말 민선 강원도지사인 그가 강원도 산골의 작은 도시 평창에 인류 최대 겨울 스포츠 축제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거의 모두가 불가능한 도전이고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침내 꿈은 이뤄졌다. 3수 끝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고 마침내 사흘 뒤면 평창에서 스포츠로 우정과 평화, 화합을 다지는 젊은이들의 메아리가 전세계로 울려퍼진다.
김 전 위원장은 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두 번의 좌절과 성공, 첫 도전부터 추진했던 북한의 올림픽 참가 및 평화 올림픽 구상 등에 얽힌 뒷이야기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2003년 첫 도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그는 강원도지사로서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프라하 IOC 총회 때는 세계가 깜짝 놀랐잖아요. 평창이란 두메 산골, 감자밭이 대부분인 그런 곳이 첫 도전만에 정말 될 뻔 했으니까. 여러 요인 때문에 3표 차로 지고 난 뒤 절통한 심정을 어쩌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생생합니다.”
평창은 당시 1차 투표에서 51표를 얻고도 결선 투표에서 밴쿠버에 53-56으로 져 2010년 동계 올림픽을 내줬다. 그가 말한 ‘여러 요인’ 중에는 김운용 전 IOC 위원이 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평창의 올림픽 유치를 방해한 정황이 가장 컸다. “당시 외신들의 평가는 ‘평창이 세계지도 위에 올려졌다’, ‘슬그머니 다가와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것이었어요.”
두 번째 도전인 2007년 7월 과테말라 총회에서 여러가지로 준비가 미흡한 러시아 소치에 밀려 2014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고, 그는 절망에 빠졌다. “푸틴 대통령을 앞세운 러시아의 거대한 힘에 밀렸다지만 사실 낙담이 너무 컸어요. 국내 비판도 들끓었고, 정말 안 되는 걸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나 자신이 낙망하고 좌절하고, 심리적으로 추스리기 힘들 지경까지 갔죠. 돌이켜 보면 가장 큰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올림픽은 없었습니다.”
실패 두 달만인 그해 9월 평창은 3번째 도전을 선언했고, 그도 다시 힘을 냈다.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는 올림픽을 치러야할 명분이 있었습니다. 그걸 생각하면 10번을 더 도전해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동계 올림픽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 명분은 분명했다. “수십억명이 일시에 들여다보는 올림픽 만큼 그 나라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거대한 마당이 없습니다. 1988 서울 올림픽이 개발도상국 대한민국을 세계무대로 올려놓은 것처럼, 평창 올림픽을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 마케팅의 기회로 삼고자 했어요. 또 우리나라에서 제일 개발이 뒤처진 강원도에 일대 전기를 마련하고 싶었고, 평창 올림픽이 통일의 스토리를 엮어가는 계기를 만든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했죠.”
처음부터 평창이 추구한 원대한 목표는 평화 올림픽이었다. 2003년 프라하 총회 공식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북한에 두고온 60대 아들을 그리워 하는 90대 노모 이영희 할머니의 애절한 사연이 IOC 위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통일은 언젠가 올 미래, 이뤄질 미래가 아니라 꼭 와야할 미래입니다. 남북한이 강원도라는 이름을 같이 쓰는 분단 지역의 ‘반쪽 도지사’라는 점을 IOC 위원들에게 호소했서요.”
2007년 과테말라 총회에서는 그 후 4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이영희 할머니가 북한의 아들에게 남긴 머리카락과 평화통일의 염원을 소개하며 또 한 번 분단된 강원도에서 북한과 함께 하는 평화 올림픽을 강조했다.
스포츠 뿐 아니라 농어업 기술지원 등으로 남북 교류에 힘쓴 김 위원장의 진심에 북한도 같이 움직였다. 2003년 총회 투표 직전에는 북한 고위층에 요청해 장웅 북한 IOC 위원이 프라하에서 “평창을 지지한다”는 공식 성명을 내는 성과를 냈다.
“두 번째는 그 정도로 안되겠다 싶어 내가 직접 평양으로 가 당시 문재덕 국가체육위원장과 남북 단일팀을 구성 및 공동훈련 캠프, 개폐회식을 포함한 문화행사 등 공동프로그램 등에 합의하고 사인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 그 후에 남북한 긴장관계가 틀어지면서 대화가 멈췄어요.”
출발점의 한 뿌리가 남북한이 함께 하는 평화 올림픽에 있기에 김 전 위원장이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둔 현재 심정은 더욱 조마조마하고 간절하다.
“지금과 그 때의 상황은 다릅니다. 지금은 북한 핵문제 등으로 초긴장 상태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직전까지 얼어붙었던 세계 정세가 조금이나마 안정되고 안전 올림픽이 보장됐어요. 올림픽을 통해 대화의 계기가 마련됐으니 모든 분야의 대화 협력이 더 진전돼 각종 이슈들이 해결되는 실마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 교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염려하는 분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지만, 대화 무드 자체를 부정하면 안됩니다. 모든 게 결정된 지금은 국가적 과제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잘 치른데 우선 힘을 모아야 합니다.”
김 전 위원장은 기꺼운 마음으로 오는 9일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2014년 자신의 뜻과 달리 조직위원장에서 중도 퇴진한 그는 “후임 위원장 두 분과 책임을 맡은 많은 분들이 애쓴 덕분에 평창 올림픽이 잘 치러지게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한 “새 정부에서도 올림픽의 중요성과 책무를 적확하게 인식하고 강력한 조치를 하며 움직이는 걸 보고 안심했다”며 “세 번의 도전에 이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국민들 또한 세계 어디에도 없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2년 뒤에는 도쿄, 다시 2년 뒤에는 베이징이 올림픽을 연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 신 삼국지 경쟁 구도에서 평창 올림픽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국민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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