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만 남겨둔 이재용 재판, '묵시적 청탁' 판단이 관건

황국상 기자 입력 2018. 2. 5. 17:26 수정 2018. 2. 6. 08: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 L]전두환·노태우 '포괄적 뇌물죄' 인정..진경준 재판선 '포괄적 현안 묵시적 청탁' 인정 안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이래 353일 만에 석방된다. / 사진=이기범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은 대법원의 판단만 남겨두고 있다.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이 선고됐던 이 부회장이 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된 데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5일 "법원과 견해가 다른 부분은 상고해 철저히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이날 2심 선고로 마무리됐다. 이제 대법원에서 각 사안에 대한 원심의 법리적 판단이 적법한지를 가리는 절차만 남았다. 이 부회장에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횡령, 재산 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총 5가지다. 이 중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가 최대 관건이다.

뇌물공여가 유죄로 인정되면 그와 연계된 횡령 혐의도 자동적으로 유죄가 되기 때문이다. '돈을 건넨 행위'를 뇌물공여로 처벌함과 동시에 '뇌물로 전달된 돈이 삼성 측에서 유출된 것'을 다시 횡령으로 처벌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부회장 측이 어떻게든 뇌물혐의를 털어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부회장에 적용된 뇌물혐의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78억원 규모의 승마지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로의 16억원 출연 △미르·K스포츠재단으로의 204억원 출연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승마지원에 대해 1,2심은 모두 뇌물공여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1심이 승마지원 관련 뇌물규모를 73억원으로 본 반면 2심은 36억원만 인정했다는 차이가 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판단에서 1,2심의 판단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부분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전부무죄 판단이 나왔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영재센터 지원혐의가 2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것은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제시한 핵심 법리가 바로 '묵시적 청탁'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명확한 청탁이 없었더라도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이심전심'으로 알고 금품을 주고받았다면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다.

문제는 과거 대법원이 이 '묵시적 청탁' 법리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취해왔다는 점이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에서 대법원은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에 관해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다.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며 "그 직무행위가 특정된 것일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청탁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도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국정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이 사건 당사자임을 고려한 판결이었다.

반면 지난해 12월22일 대법원은 넥슨 주식 취득을 위해 수억원 대의 금액을 수수한 진경준 전 검사장과 이를 건네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에 대한 유죄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며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청탁을 받았다는 점은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그 청탁이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직무관련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어떤 청탁이 오고갔는지 구체적으로 특정이 돼야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논리였다.

이날 이 부회장 재판의 2심 재판부도 "(영재센터 지원 등에 적용된) 제3자 뇌물혐의에서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는 청탁 대상이 되는 직무집행과 금품이 그 대가라는 점에 대해 쌍방이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이같은 공통인식과 양해가 명확하지 않거나 개괄적이게 되면 처벌범위가 불명확해지고 이는 '부정한 청탁'을 요건으로 하는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봤다.

한편 특검 측은 영재센터 지원 외에도 1,2심에서 줄곧 무죄판단이 나온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가 성립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 역시 3가지 뇌물 중 유일하게 유죄로 판단된 승마지원 부분에 대해 적극 다툰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이인재 변호사는 "삼성의 승마 관련 지원이 뇌물 유죄로 인정된 부분을 납득할 수 없다"며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다투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