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PICK] 이정수, 밴쿠버 2관왕에 빛났던 '젊은 氷神'

정기호 2018. 2. 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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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PICK]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한국 동계올림픽사를 빛낸 스포츠 영웅들을 재조명해보는 코너입니다.<편집자주>

[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2010년 아이돌 그룹 못지않게 인기를 몰았던 빙상계 5인방 '동氷신기', 그 중심엔 밴쿠버동계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이정수(28·스포츠토토)가 있었다.

이정수는 광문고등학교 재학 중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8~09시즌 1500m 세계랭킹 2위, 1000m 3위를 기록, 세계 종합랭킹 4위에 올라서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이호석(31)과 성시백(30)이라는 쟁쟁한 선배들과 동갑이지만 시니어 무대 경험이 1년 정도 빨랐던 곽윤기(28·고양시청)사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빅토르안(한국이름 안현수·33)과 이호석처럼 추월 능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캐치해내는 탁월한 센스로 레이스를 주도했다. 무엇보다 그의 최대 장점은 지구력.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둔 2009~10시즌 4차 월드컵에서는 1500m 준결승과 결승 경기에서 중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 1위로 레이스를 마칠 정도였다.

그해 월드컵 종합 챔피언에 오르며 최고의 주가를 달린 이정수는 기세를 몰아 밴쿠버동계올림픽 1500m, 1000m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남자 쇼트트랙 금메달 계보를 이어간 그는 귀여운 외모 덕에 소녀 팬까지 확보, 올림픽 기간 이승훈(29·대한항공), 곽윤기, 성시백, 안현수와 함께 '동빙신기'라고 불릴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동빙신기'는 동쪽 빙상계에 신이 일어난다는 의미로 네티즌이 만든 신조어였다.

<2010년 2월 22일 스포츠서울 1면>

4관왕 가자! 쇼트트랙 이정수 2관왕 포효

쇼트트랙의 이정수(21·단국대)가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번 대회 첫 한국인 2관왕이 됐다. 대회 다관왕 리스트에도 스위스 스키점프 영웅 시몬 암만(29),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여제 마리트 비에르옌(37)에 이어 세 번째로 2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500m와 5000m 계주를 앞둬 한국인 역대 올림픽 최다관왕인 2006년 토리노 대회의 남·녀 쇼트트랙 간판 안현수, 진선유의 3관왕 기록을 넘어설지 기대된다.

이정수는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 23초 747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1위를 해 지난 14일 1500m에 이어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은메달은 이정수에 0.054 뒤진 이호석이 차지했고, 동메달은 미국의 안톤 오노에게 돌아갔다.

한국은 1992년 쇼트트랙이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6차례 대회에서 5차례나 남자 1000m를 석권했다. 이정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메달은 정말 꿈만 같았다. 현실에서 딴 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딴 것 같았다"는 가슴 벅찬 소감과 함께 "금메달 두 개라니, 정말 말도 안 돼"라며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성과에 대한 행복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한국은 이날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이은별(19·연수여고)과 박승희(18·광문고)가 은, 동메달을 추가해 메달 합계 금 4, 은 4, 동 1개로 미국 노르웨이 독일에 이어 종합순위 4위로 올라섰다.

2010년 2월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이정수가 첫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을 따자 기뻐하고 있다.

2010년 2월 1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진행된 쇼트트랙 남자 1500m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의 이정수가 메달에 입맞춤하고 있다.

이정수(왼쪽)는 2010년 2월 21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진행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이호석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0년 2월 22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진행된 쇼트트랙 남자 1000m 시상식. 왼쪽부터 은메달 이호석, 금메달 이정수, 동메달 미국의 안톤 오노.

쇼트트랙 한국 남자 대표팀이 2010년 2월 27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퍼 퍼시픽 골리세움에서 열린 남자 5000m 계주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의 이정수(왼쪽)와 김승일이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

2010년 2월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팬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한국선수단의 밤' 행사에서 메달리스트들이 함께 모여 메달을 내보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모태범, 이승훈, 이정수, 성시백, 김성일, 이호석, 곽윤기, 박승희, 이상화, 이은별, 김연아.

2013년 10월 23일 대표팀 선발을 겸한 48회 전국남녀 종별 빙상선수권 대회가 3일간의 일정으로 태릉 빙상장에서 열렸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인 이정수가 스피드 스케이터로 변신해 화제가 된 가운데 5000m에 출전해 역주하고 있다.

2016년 12월 18일 이정수가 (왼쪽부터)심석희, 최민정과 함께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월드컵 경기 후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정수의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파벌 논란과 '짬짜미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고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6개월 자격 정지를 받은 것. 징계 해제 후 출전한 92회 동계체전에서 출전한 모든 종목(500m, 15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복귀 신호탄을 쐈지만, 이번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6개월간 출전 정지로 잃어버린 경기 감각과 장기간 계속되는 발목 부상, 허리 부상으로 긴 슬럼프에 빠진 이정수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향한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스피드 스케이팅 도전 실패 후 다시 쇼트트랙으로 돌아온 그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조금씩 기량을 회복해 나갔다. 온전히 전성기 시절 기량을 되찾은 건 아니었지만, 2015~16시즌 6차 월드컵 1500m 금메달, 2016~17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종합 1위, 3차 월드컵 1500m 금메달 등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는 주장으로서 한창 하락세였던 대표팀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올림픽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탈락했고, 다시금 스피드 스케이팅에 도전했지만 역시 탈락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은퇴를 점쳤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의 시선은 벌써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지난 1월 1일 송경택이 코치로 있는 스포츠토토빙상단 쇼트트랙팀에 입단한 이정수는 KBS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해설위원으로 나선다는 소식과 함께 "이번 평창올림픽에서는 해설자로 활약하게 되지만,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반드시 선수로 참가해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정상에서 누렸던 기쁨의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기에 더더욱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올림픽의 꿈. 성큼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생동감 넘치는 해설로, 이후엔 꿈을 향해 도전을 이어가는 집념으로 계속해서 쇼트트랙과 함께할 이정수다.

julym@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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