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평창 가는 진짜 이유? 남북 대화무드에 '쐐기'

윤설영 2018. 2. 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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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기 전 펜스 미 부통령과 회담
"올림픽 직후 한미 군사훈련 실시"
'미·일 공조'에 집중, 대화 견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9일 방한을 앞두고 대북 압박을 위한 미·일 공조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최대한 압력 유지’라는 메시지를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보내는 한편, 동계올림픽 이후까지 고려해 대화 무드에 미리 쐐기를 박겠다는 계산이다.

4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3월 중순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북한이 재차 훈련을 연기하거나 축소해 실시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에 앞서 6~8일 일본을 방문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와 관련해 의견 교환을 할 계획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베 총리가 펜스 부통령에게 “한·미 군사훈련을 과거와 동일한 규모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또 "아베 총리와 펜스 부통령이 각각 방한 시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훈련을 확실히 실시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펜스 부통령과 공유하고, 이를 두 사람이 각각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다는 방침에도 합의할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도 “북한과 관련해 '미소 외교'에 눈을 빼앗기지 않고, 압력을 가해 나가야 한다”고 합의하는 등, 대북 압박에 대한 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행보를 펼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이 같은 미·일 공조 내용을 아예 공동문서로 발표한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 강화 지속, 한·미·일 연계 강화 등을 확인하는 내용의 공동문서를 발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펜스 부통령 즉, 2인자와의 회담 내용을 공동문서로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확고한 미·일 공조를 통해 한국 정부에도 한·미·일 공조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어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 의사 밝히는 아베 일본 총리. [연합뉴스]
한반도 주변 4강 중 국가 정상이 참석하는 건 아베 총리가 유일하다. 당초 아베 총리는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관련 조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가 참석 쪽으로 방향을 바꾼 데에는 더 이상 북한의 페이스대로 분위기가 진행돼선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미·일은 북한이 깔아놓은 노선을 전환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방한은 “미·일이 보조를 맞춰 문 대통령에게 ‘남북 융화’로 지나치게 경도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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