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임은정 검사, 조희진 진상조사단장 사퇴 요구 왜?

김태훈 입력 2018. 2. 4. 11:42 수정 2018. 2. 4. 13: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가 성추행 사건 진상조단장인 서울동부지검 조희진 검사장에게 단장직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임 검사는 조 검사장이 그간 '여성 검사장 1호'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후배 여성 검사들을 위해 희생한 경험은 별로 없다는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임 검사는 조 검사장이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직후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사단장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부 女검사 사이에 "조희진, 남성중심적 문화 익숙" 시선도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가 성추행 사건 진상조단장인 서울동부지검 조희진 검사장에게 단장직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임 검사는 조 검사장이 그간 ‘여성 검사장 1호’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후배 여성 검사들을 위해 희생한 경험은 별로 없다는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왼쪽)와 서울동부지검 조희진 검사장
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임 검사는 조 검사장이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직후 그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사단장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임 검사는 조 검사장을 진상조사단장에 지명한 문무일 검찰총장한테도 단장 교체를 건의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해당 이메일에서 “2016년 내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한 검찰 간부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하자 조 검사장이 ‘글을 당장 내려라’, ‘너는 검찰조직과 안 어울리니 그만 나가라’ 등 폭언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조 검사장이 이번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가리켜 ‘안태근은 못 건드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점 등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조 검사장은 “수사 결과로 말하겠다”며 임 검사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안태근은 못 건드린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 검사장은 진상조사단 출범 나흘 만인 이날 서 검사를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는 등 전광석화처럼 진상규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 검사장에 대한 임 검사의 불신은 제법 뿌리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검사장은 사법연수원 19기를 수료하고 1990년 검사로 임용됐을 당시 전국 검찰에서 유일한 여성 검사였다. 그보다 먼저 검사로 임용된 여성이 2명 있었으나 일찌감치 검찰을 떠나 판사로 전업하는 길을 택했다. 자연히 조 검사장에겐 ‘여성 1호’, ‘맏언니’ 등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검사장(차관급)으로 승진하며 ‘여성 검사장 1호’의 명예도 뒤따랐다. 그는 서울고검 차장검사, 제주·의정부지검장을 거쳐 지난해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옮겼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사퇴로 총장이 공석이 됐을 때 문무일 현 총장과 나란히 신임 총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조 검사장을 두고 검찰 내부, 특히 일부 여성 검사 사이에 ‘여성 1호라는 상징성에 힘입어 검찰조직에서 혜택을 입었다’는 냉랭한 시선과 함께 ‘맏언니라고는 하지만 정작 후배 여성 검사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발벗고 나선 기억은 없다’는 불만 섞인 시각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가 ‘과거 검찰 내 성폭력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1일 조 검사장이 단장을 맡은 뒤 연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검사장까지 승진하면서 남성중심적 문화에 익숙해졌을 텐데 조사를 잘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과 우려가 거듭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 검사장은 “검사로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후배 여성 검사한테) 개별적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시정 및 후속조치) 건의를 하지 않았겠느냐”며 “여러 경험이 있지만 일일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