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백악관, 중간 선거 승리 위해 '북한 폭격' 발언 논란

국기연 2018. 2. 4. 10: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핵심 당국자가 미국의 대북 폭격이 집권당의 중간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외교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이 최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미군이 대북 선제 타격을 하면 공화당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 선거를 유리하게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는지 진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포틴저 선임 보좌관이 그러한 발언을 했다는 얘기는 한국의 한 조간신문에서 먼저 거론됐다.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과의 모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코피 전략(제한적 정밀타격)을 검토하고 있다. 제한적 대북 타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조너선 청(Jonathan Cheng) 월스트리트 저널(WSJ) 서울 지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 신문에 난 내용을 소개했다. 청 지국장의 트위터 글로 인해 미국 워싱턴 DC의 외교가가 발칵 뒤집혔다. 워싱턴에서는 지지율 하락으로 중간 선거에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인 반전 카드로 북한 폭격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포틴저 선임 보좌관이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다면 워싱턴 외교가의 소문이 사실로 입증되는 셈이다. 특히 미국이 평창 동계 올림픽 종료 후에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등에 대한 제한적 폭격을 가하는 ‘코피 전략’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백악관의 부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포틴저 선임 보좌관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포틴저는 두 차례의 전쟁에 참전했던 해병대 출신이고, 군사적 행동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포틴저 선임 보좌관은 언론인 출신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월스트리트 저널(WSJ) 중국 특파원을 지낸 뒤 2005년에 해병대에 입대해 5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복무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샌더스 대변인은 “해당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그러한 무모한 주장을 반복하기 전에 (포틴저의) 발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청 지국장의 해당 트윗은 삭제된 상태이다.

그러나 포틴저 선임 보좌관은 ‘코피 전략’ 지지자라고 CNN이 보도했다. 코피 전략을 입안한 사람은 현역 육군 3성 장군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고, 매틴저 선임 보좌관이 NSC에서 이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위협해왔다”면서 “북·미 간에 오간 말 폭탄으로 인해 한반도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돼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빅터 차의 논평

주한 미 대사로 내정돼 한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 (상대국의 대사 승인 절차)까지 받았다가 낙마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도 이 논쟁에 가세했다. 차 교수는 ‘코피 전략’에 강력히 반대했으며 백악관이 이 때문에 그의 주한 미 대사 내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차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포틴저 선임 보좌관의 코멘트는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고 시사 매체 ‘뉴스위크’가 이날 보도했다. 차 교수는 트위터에 “매슈 포틴저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완전히 웃기는 얘기이다”고 적었다. 차 교수는 트위터와 워싱턴 포스트(WP) 기고문 등을 통해 자신이 코피 전략에 반대한 게 주한 미 대사 내정이 취소된 핵심 이유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코피 전략이라는 말이 금시초문이라며 차 교수의 내정 철회는 정책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고위 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코피 전략이라는 말은 백악관과 행정부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다”면서 “몇 주간 언론이 코피 전략에 관해 얘기한 것에 매우 난처하고, 

우리는 오늘 아침만 해도 도대체 이 코피 전략이란 말이 어디서 나온 것이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차 교수 문제에 대해 “현재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책과 관련한 견해 차이로 그렇게 됐다는 말은 100% 틀린 것이다”면서 “오늘 현재까지 그 자리에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임명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후보자가 선택되고 안 되는 데에는 많은 요인이 관련돼 있다”면서 “차 교수의 경우에는 정책이 문제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3일 “트럼프 정부가 올해 1월 북한에 대한 제한적인 공격이나 타격을 가하는 코피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으로 잠재적인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널리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