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NO, 사진만 OK..'고독한 ○○○' 채팅방은 왜 유행일까
누구나 익명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 서비스에서 최근 '고독한 ○○○' 시리즈가 유행하고 있다. 이 채팅방의 규칙은 간단하다. '○○○'에 해당하는 연예인이나 동물, 음식 등과 관련된 사진을 올리면 된다. 단, 모든 대화는 무조건 사진으로만 해야 한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설된 오픈채팅방 중 '고독한' 키워드를 담고 있는 채팅방 수는 약 1만여 개에 이른다.
학원 교사인 유모(27)씨는 '고독한 박명수' 채팅방에 들어와 있다. 하루에도 수백장씩 올라오는 코미디언 박명수 관련 짤방을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짤방은 저장하기도 한다. 익살스러운 짤방은 친구들과 대화할 때 적절한 상황에서 활용하기 좋다. 유씨는 고독한 채팅방의 매력에 대해 "모르는 사람과 대화 없이 사진만 공유해 부담스럽지 않고, 사적인 대화도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고독한 채팅방의 시작은 지난해 생긴 '미식한 고독방' 채팅방 이후부터다. 일본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패러디 한 방이다. 이 드라마에서 중년 직장인 '고로'씨는 홀로 맛집을 찾아다니며 말 없이 식사를 하고 즐거워 한다. 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은 채팅 참여자들은 대화 없이 채팅방에서 음식 사진을 공유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고독한 오픈채팅방을 찾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관련 오픈채팅방이 증가해 지난주 초 오픈채팅 홈 하단에 '고독한 시리즈'를 별도로 마련했다"며 "고독한 시리즈 오픈채팅방은 이용자가 만들고, 이용자가 유행시킨 주제라 의미가 깊다.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일종의 '놀이'처럼 재미와 공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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