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얼음 녹으면 깊은 물속으로 사라지는 빙어.."낚시 지금이 좋다"

입력 2018. 2.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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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추운 북한 함경도 자생하던 빙어 일제강점기 때 전국 보급..남쪽은 강원도가 본고장
투명한 빙어는 오이와 같은 맛을 갖고 있다(배연호 기자)

(인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벌써 몇번째 맹추위인가. 이번 추위가 올겨울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강추위를 반기는 곳도 있다.

추울수록 얼음은 더 두껍고 단단하게 굳는다.

그동안 구제역과 겨울 가뭄 등으로 열리지 못하던 강원도 인제 빙어축제가 4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꽝꽝 언 빙판에 얼음구멍 6천 개가 뚫려있다.

빙어잡기 분위기가 절정이라고 한다. 이번 주말 폐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제가 끝나더라도 물속 빙어는 그대로다. 빙어잡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피라미처럼 가냘픈 몸매의 빙어가 뭐길래 축제까지 여는 걸까?

빙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빙어는 바다빙어과 물고기

육지의 작은 물고기에 불과하지만 빙어는 바다빙어과 물고기다.

빙어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해 몸집을 줄여 생존하게 됐다는 설이 있다.

"할아버지 고기는 언제 잡아요?" (춘천=연합뉴스) 192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북한강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조선인들의 사진이 담긴 엽서. 손자와 함께 얼음낚시를 하러 나온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물고 신발을 벗은 채 작은 탁자 위에 올라 낚싯대를 얼음구멍에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강릉원주대 장정룡 교수 제공]

'시사모'라 불리는 알이 꽉 찬 열빙어도 빙어과에 속한다.

이 열빙어도 산란을 위해서는 민물을 거슬러 오른다.

◇ 역사 속의 빙어

서유구의 저서 전어지(佃魚志)에는 '동지를 전후해 얼음에 구멍을 내어 투망으로 잡는다. 입춘이 지난 후에는 점차 푸른색을 띠다가 얼음이 녹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해 빙어라 불렀다'고 기록돼 있다.

빙어는 찬물에서 자라는 냉수성 어종이다.

그래서 날이 따스해지면 물속 깊은 곳으로 모습을 감춘다.

또 그 맛이 싱그런 오이와 비슷하다 해서 오이 과(瓜)자를 써서 과어라고 불리기도 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예조에 종묘에 올릴 어물 마련에 대한 부분이 기록이 있다.

세종실록 10권, 세종 2년 11월 22일에 "황해·충청도에서는 정월에 청어(靑魚)를 종묘(宗廟)에 올리게 하고, 함길도에서는 12월에 과어(苽魚)를 종묘에 올리도록 명하라"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함길도는 함경북도와 함경남도의 조선시대 이름이다. 매우 추운 지역에서 자랐다는 방증이다.

그러면 언제 전국적으로 보급됐을까?

바로 일제강점기 때다. 1925년에 부산의 수산시험장이 북한의 용흥강에서 빙어 알을 채란해 제천의 의림지, 수원의 서호 등에 이식했다 한다.

덕분에 빙어낚시는 점차 전국으로 확산됐다.

(춘천=연합뉴스) 춘천 소양호에서 얼음을 깨고 빙어잡이가 한창이다.1984.1.13[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다가 강추위를 자랑하는 강원도가 빙어의 본고장으로 자리잡았다.

해방 이후에는 춘헌 등 소양호를 배경으로 한 빙어잡이가 주민들의 수익원이 되기도 했다.

그물 등을 준비해 마을 단위의 빙어잡이가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

또 대청호에서는 피라미와 빙어를 한마리씩 가공해 일본으로 수출까지 했다.

1980년대에는 전국에서 200t이 넘는 빙어를 잡아 일본으로 수출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충북 옥천군 주민들이 피라미와 빙어를 가공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 적외선버너에 생선을 굽기 위해 꼬치에 꿴 피라미를 석쇠 위에 늘어놓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일본 홋카이도 빙어낚시 인기

일본에서도 추운 지역에서의 빙어낚시는 큰 인기다.

특히 홋카이도의 아바시리 호수 같은 곳에서는 매년 엔진톱을 이용해 두꺼운 얼음을 깬다.

홋카이도 사람들은 한국과 비슷한 빙어낚시를 한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빙어낚시용 텐트를 이용해 매서운 눈보라를 피한다.

또 관리가 잘되는 저수지의 경우 비닐하우스 등 시설에 난로 등 보온 장비도 확실히 갖춰져 있다.

이곳 빙어낚시는 무척이나 잘된다.

홋카이도 아바시리 호수에서 빙어낚시하는 사람들(성연재 기자)

운이 좋으면 한 번에 몇 마리씩 잡아 올리는 사람도 많다.

눈에 띄는 건 안전이 생활화한 곳이라 그런지 빙어낚시를 위한 구멍을 아주 좁게 판다.

발이 빠지지 않도록 한 배려다.

◇ 빙어 어떻게 잡나

어떤 낚시라도 '장소와 시간' 2가지를 맞춰야 어느 정도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빙어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다.

또 밝은 대낮보다 어둑어둑한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하는 편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끼를 얼리지 않는다. 움직임이 없는 미끼를 물지 않기 때문이다.

휴대용 난로 앞에 미끼를 둬 얼리지 않도록 유의하도록 하자.

무엇보다 현지의 고수급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잘 살펴 근처로 옮겨 낚시하는 방법을 권한다.

◇ 빙어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일본 규슈에서는 얇은 대나무 가지에 꿴 빙어를 구워 먹는다(성연재 기자)

매년 빙어축제마다 등장하는 이슈가 있다.

빙어를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것이다.

빙어의 경우 지금까지는 산채로 회무침을 해먹는 방법부터 다양한 방법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디스토마균 감염 위험이 있어 회무침보다는 튀김 등의 방법을 추천한다.

◇ 주의사항

강추위가 주춤해지면 얼음 두께가 얇아지니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얼음 두께가 최소 30㎝ 이상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얼음구멍은 지나치게 넓게 파지 않아야 하고, 얼음 위에서 음식을 조리해 먹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쓰레기 등을 얼음 위에 버리면 얼음이 녹으며 쓰레기가 수장돼 자연을 훼손하게 되니 되가져와야 한다. 이건 기본 매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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