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 불안한 애플..아이폰X 판매부진에 삼성·中에 덜미 잡힐 수도
애플이 2017년 4분기 매출 883억달러(약 94조7400억원), 영업이익 262억달러(약 28조3000억원)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아이폰 판매량이 공개된 분기의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최초라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애플은 2일(현지시각) 2017년 4분기 매출은 882억9000만달러(약 94조7400억원)로 2016년 4분기보다 13%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당기 순이익도 2016년 4분기보다 12% 증가해 200억7000만달러(약21조56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팩트셋이 조사한 전문가들의 전망치보다 약 7% 높은 수치다.
반면 2017년 4분기 아이폰 판매대수는 2016년 4분기보다 1% 떨어진 7730만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고의 성능 저하를 일으킨 '배터리 게이트'로 인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나름 선방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아이폰 판매량 감소를 시작으로 2018년 1분기부터 판매량 감소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가에서는 2018년 1분기 아이폰 판매량 예상치를 기존 6000만대에서 5000만대 초반으로 내려잡았다. 아이폰X가 '기술 혁신 부족', '비싼 가격' 같은 이유로 낮은 판매량을 보이면서다.
박형우 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1% 밖에 안 떨어진 것은 의외다"며 "전문가들은 1%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선방한 감은 있지만 아이폰X 판매 부진 같은 이유 때문에 2018년 1분기부터 감소세가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좋은 스마트폰으로 프리미엄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아이폰 판매량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메이트10 프로'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월 24일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18 글로벌 IT 매체 주관 어워드에서 화웨이 '메이트 10 프로'가 '2017 올해의 스마트폰'으로 선정돼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른 중국 업체들도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싸움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프리미엄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2018년부터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뺏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선보일 삼성전자의 신작 스마트폰 '갤럭시S9'도 애플에겐 부담이다. 아이폰X 판매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프리미엄 이용자들이 갤럭시S9으로 갈아탈 우려가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DC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실패했지만 상반기에 내놓는 갤럭시S9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애플은 하반기 중 9~12월에 신제품을 공개하는 만큼 2018년 1분기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상당수의 점유율을 뺏길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2일 자료를 보면 2017년 4분기 애플 아이폰 시장 점유율은 19.3%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8.6%로 2위다. 화웨이는 10.2%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애플은 2017년 4분기를 기점으로 판매량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신작을 곧 발표하고 중국 업체는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가속도를 붙이면서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1분기에는 애플 아이폰X의 상대적인 부진과 갤럭시S9 출시 효과로 인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인도 같은 신흥국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애플의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아이폰X의 판매 부진은 가격 정책의 실패로 보기 때문에 앞으로 애플이 어떤 가격 정책을 내놓는냐에 따라 애플 매출이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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