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천서 성고문 피해자' 권인숙,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장으로.."성추행 뿌리 뽑겠다"

한승곤 2018. 2. 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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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서 성고문 피해자' 권인숙,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장으로.."성추행 뿌리 뽑겠다"

故 조영래 변호사가 언급한 '우리가 그 이름을 부르기를 삼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이 사람'은 2일 법무부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위원장으로 위촉한 권인숙 씨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란 1986년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권 씨가 주민등록증을 변조.

권 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조영래, 홍성우, 이상수 변호사 등의 도움을 얻어 같은 해 7월3일 가해자로 문귀동 경장을 지목,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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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인 권인숙씨(오른쪽)가 조영래 변호사와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우리가 그 이름을 부르기를 삼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이 사람, 온 국민이 그 이름은 모르는 채 성만으로 알고 있는 이름 없는 유명 인사, 이 처녀는 누구인가. 그녀는 무엇을 하였는가. 그 때문에 어떤 일을 당하였으며 지금까지 당하고 있는가. 국가가, 사회가, 우리들이 그녀에게 무엇을 하였으며 지금도 하고 있는가” - 1986년 11월21일 인천지법 법정에서 변호사 조영래 -

故 조영래 변호사가 언급한 ‘우리가 그 이름을 부르기를 삼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된 이 사람’은 2일 법무부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위원장으로 위촉한 권인숙 씨다. 권 씨는 1986년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로, 한국 여성 성폭력 피해 문제와 여성인권분야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이란 1986년 당시 서울대생이었던 권 씨가 주민등록증을 변조.위장취업한 혐의로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성적 모욕과 폭행을 당한 것을 말한다.

권 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조영래, 홍성우, 이상수 변호사 등의 도움을 얻어 같은 해 7월3일 가해자로 문귀동 경장을 지목,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다. 문귀동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자신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냐”며 부인하며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는 등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교도소에 있던 양심수 70여 명은 성고문 얘기를 전해 듣고 부천서에서 성고문을 자행한 담당 형사 문귀동을 구속하라고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권 씨 본인도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여성단체는 물론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에서도 공동 대책위원회를 조직,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 대해 대응에 나섰다.

부천서 성고문사건 가해자 문귀동.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이 같은 고소에 성적 모욕은 없었고 폭언, 폭행만 있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검찰은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문제의 장소인 제2조사실과 제5조사실은 두 면의 벽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밖에서 빤히 들여다보이고, 조사실 뒤편의 무기고 전등 불빛이 조사실 안으로 비치고 있었으며, 바로 옆 조사실에서도 다른 경찰관이 날씨가 더워 문을 열어둔 채 피의자를 조사하면서 권 양이 있던 조사실 앞을 왔다 갔다 했음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어 "폭행 사건을 성 모욕으로 날조·왜곡, 혁명 투쟁을 확산하고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운동권 세력이 벌이는 상투적인 투쟁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검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문귀동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불기소 결정 배경에는 그가 우발적으로 행동했으며 10년 넘게 성실히 근무했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것이 근거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즉각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이후 권 씨는 같은 해 12월1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결국 이 사건은 6월 항쟁 이후인 1988년 2월9일이 되어서야 대법원은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문귀동은 같은 해 4월9일 구속돼 사건 발생 3년 만에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권인숙 성폭력대책위원장이 2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회' 발족 및 법무부 장관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후 권 위원장은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3년부터 명지대에서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2014년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연구소 ‘울림’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한편 권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대책위가 가진 사회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과 입장을 중시하며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에서 발생한 성추행 등 피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성추행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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