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가상화폐 겨냥한 규제 강화..中·韓서 美·佛·獨로 확대
‘비트코인 가격조작 혐의 조사, 가상화폐 은행 서비스 전면 금지, 가상화폐 실명거래제 도입….’
가상화폐를 겨냥한 각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잇따르고 있다. 원래부터 강경한 방침을 내세운 중국을 필두로 우리나라와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쏟아내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배경으로 가상화폐를 둘러싼 각국의 강력한 규제를 꼽고 있다. 2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원선에 이어 900만원선까지 무너졌다. 이날 오후 3시 10분 현재 업비트 거래소 기준 비트코인은 86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국내 거래 가격이 100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 가상화폐 금지 입장 강경한 중국…한국·인도도 엄격
가상화폐에 대해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6일 가상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외 거래소나 플랫폼을 중국 내부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 국민이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것도 막겠다는 조치다.
중국 정부의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중국 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신규 계좌 개설을 금지하고 거래소 운영 중단에 나선 이후 지난달 17일에는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은행 서비스를 전면 금지했다.
우리나라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3일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시스템을 가동하고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 세탁 등의 금융 범죄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부터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시행됐고 신규 투자자의 거래는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경우 해당 거래소를 폐쇄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향후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도 역시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나라와 닮았다. 아룬 제이틀리 재무장관은 지난 1일(현지 시각) 예산안을 설명하는 도중 “인도 정부는 암호화폐를 법정 화폐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암호화폐를 통한 불법적인 행위나 지급 결제를 없애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 등 서구권 국가도 규제 동참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 국가들도 가상화폐에 대한 강경 규제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그간 가상화폐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방향의 규제가 많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화폐공개(ICO)에 대해서는 기업공개(IPO)와 같은 수준의 금융 규제를 따르라고 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해 비트코인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에는 SEC가 6억달러 규모의 코인공개(ICO)에 제동을 걸었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Bitfinex)와 가상화폐 스타트업 테더(Tether) 관계자들을 비트코인 가격조작 혐의로 소환하는 등 가상화폐와 관련해 엄격한 규제에 나섰다.
SEC는 또 ‘어라이즈뱅크’가 지난해 11월 ICO를 통해 조달한 6억달러를 전액 동결했다. 어라이즈뱅크는 지난해 ICO를 하면서 SEC에 등록하지 않았고, 은행 매입이나 비자카드 제휴 등과 같은 허위 사실을 알린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피넥스에서는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를 거래할 때 달러화 대신 테더가 발행한 ‘테더 코인’을 사용했는데, 두 회사는 테더 코인을 불법적으로 대량 발행해 지난해 말 비트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CTFC가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서구권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나 재무장관 역시 가상화폐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워싱턴경제클럽 연설에서 “비트코인이 스위스은행 계좌처럼 악당들을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G20(주요 20개국)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폴로즈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도 “중앙은행이 가상화폐 규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기술 개발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들고자 한다”고 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동으로 마련한 가상화폐 규제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과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총리 비서실장은 지난달 18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비트코인 관련 위험성을 양국 정부가 함께 분석하고 규제 방안을 만들어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일본과 북유럽 국가들은 가상화폐에 우호적
가상화폐에 가장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지난해 안전 대책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에 한해 거래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거래소 등록제를 법으로 만들고 시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는 지난 2014년 마운트곡스 거래소의 비트코인 유출 사건 이후 가상화폐 관련 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의 성격이 짙다. 일본이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가상화폐를 법정 화페로 인식한다거나 이를 공식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일부 북유럽 국가와 네덜란드도 가상화폐에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2년 전 온라인 상에서 쓸 수 있는 전자화폐인 ‘DNBCoin’을 발행했고, 스웨덴 중앙은행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나 카드에 저장해서 쓸 수 있는 e-코로나(e-korona)를 도입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환경에서 중앙은행의 개별 계좌나 카드, 앱 등을 통합한 가상화폐 지급결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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