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두얼굴]'심야 문닫고 경력자만 채용'..알바도 점주도 한숨
업주들 교육시간 줄이려 알바도 '경력자 우대'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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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밤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편의점에 만난 점주 김정환(가명) 씨는 한창 영업할 시간에 가게 문을 닫았다. 김씨는 주변에 편의점이 속속 생기며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큰 폭으로 뛴 인건비 때문에 심야영업(새벽 1~7시)을 일시 중단하게 됐다고 했다.
김씨가 운영하는 편의점이 이 시간에 벌어들이던 수익은 하루 평균 6만~7만원. 그마저도 주말을 제외하면 평균을 밑도는 날이 적지 않았다. 같은 시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인건비(최저임금 7530원)에 야간수당, 전기료 등을 합쳐 하루 평균 8만~9만원 수준이다. 야간 영업을 이어갈 경우 한 달 평균 50만원 넘는 손해를 떠안는 셈이다.
김씨는 “손님 한 분이 왜 아쉽지 않겠냐”면서도 “첫 며칠은 알바생 없이 혼자 해보겠다고 밤을 새우면서 버텼는데 며칠 지나니 도저히 버틸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오르자 알바 해고하고 심야시간 문 닫고
지난해보다 16.4%(6470→7530원) 오른 최저임금에 업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은 제자리 걸음인데 인건비 부담만 커지자 일부 업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는 아예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돈벌이가 나아질 것이라 믿던 아르바이트생들도 고용 감소에 따른 해고 걱정과 늘어난 업무 강도에 마음이 편치 못한 모습이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업주들은 알바 채용을 줄이는 고육책을 동원하고 있다.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직원 구인 공고(이달 1~25일 기준)는 37만 19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만 8858건)보다 9% 줄었다. 그러나 알바 채용을 줄이면 결국 영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직접 매장을 관리할 수 밖에 없다.
서울 종로구에서 5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계모(56)씨는 “이달 들어 아르바이트생 1명을 줄였다. 앞으로도 수익이 모자라면 영업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며 “버는 돈은 똑같은데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늘다 보니 남은 사람들이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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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생들도 마음이 편치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임금이 오른 대신 이전보다 업무 강도는 세진데다 심지어 알바마저 경력만 채용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교육·훈련기간을 단축해 조금이라도 인건비를 덜기 위해서다.
서울 마포구 소재 편의점에서 일하는 취업 준비생 김모(28)씨는 “사장이 날마다 매출을 알려주며 이러다가 한 명을 더 줄여야 할거 같다는 말을 할 때면 (그 대상이) 나 일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는 취업준비생 신모(25)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프랜차이즈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신씨에게 가게 주인은 “시급도 오른 상황에서 커피 기계를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는 경력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그를 돌려보냈다. 신씨는 “최저 임금이 올라 좋아했는데 이렇게 경쟁이 치열할 줄 몰랐다”고 전했다.
업주 측은 인건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굳이 신입을 뽑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까페를 운영하는 정모(39)씨는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바로 일을 시킬 수 있는 경험자를 선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알바몬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오르자 효율성을 중시하는 업주들이 관련 업무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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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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