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현 '역사화' 속 재난 서사.. 왜 한국 사회 참사는 빠졌나

손영옥 선임기자 2018. 2. 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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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화란 무엇일까.

중견 작가 조덕현(61·이화여대 교수)씨가 개인전에 '역사화'로 일컫는 신작을 들고 나왔다.

작가는 이 작품을 '역사화'로 명명했다.

작가는 "진화한 역사화"라고 했지만 '목청을 잃은 역사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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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 전시된 조덕현 작가의 신작 ‘꿈꿈’을 한 관람객이 감상하고 있다. PKM갤러리 제공

역사화란 무엇일까.

중견 작가 조덕현(61·이화여대 교수)씨가 개인전에 ‘역사화’로 일컫는 신작을 들고 나왔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조덕현: 에픽 상하이’에서다. 가로 6m에 육박한 대형 작품 ‘꿈꿈’(2017)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사이사이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재난 서사 이미지들을 펼쳐놓는다.

죽은 아들을 안고 울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아버지, ‘한열이를 살려내라’를 연상시키는 베네수엘라 시위 현장 이미지, 베트남 보트 피플, 시리아 난민,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사건 등이 사실적으로 재현돼 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달리한 재난 속에서 발생한 난민들”이라며 “지진과 참사 등이 일상화된 한국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위기감과 동질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역사화’로 명명했다. 서양미술사에서 역사화는 계몽주의 탄생과 함께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던 18세기 말∼19세기, 프랑스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호라티우스의 맹세’가 서막을 열었다. 로마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호라티우스 가문 형제를 소재로 개인보다는 국가에 대한 책무를 강조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테오도르 제리코가 그린 ‘메두사의 뗏목’은 당시 수 백 명 사망자를 내며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프랑스 범선 메두사호의 난파사건을 다룬다. 이렇듯 역사화가 닻을 내린 곳이 바로 지금의 현실과 재난이다.

작가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가상의 주인공 ‘조덕현’을 내세운 서사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일제강점기 태어난 조덕현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 1930년대 국제도시 상하이에서 영화배우로 벼락출세한다. 해방 이후 귀국했지만 뿌리 내리지 못하고 고독사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꿈꿈’ 작품 속에는 가상의 인물 조덕현이 숨어 있어 그가 꾸는 악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조덕현의 작품 속 재난 서사에 한국에 관한 것은 하나도 없을까. 역사화가 당대에 대해 발언하고 선동했던 미술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꿈꿈’은 현실도피적이다. 작금의 국제이슈인 로힝야족 학살까지 다뤘지만 한국 사회의 재난과 참사는 아무것도 없다. 그 흔한 한국전쟁, 혹은 세월호 사건도 없다. 작가는 “진화한 역사화”라고 했지만 ‘목청을 잃은 역사화’다. 상업갤러리에서 열려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닌가 혐의를 두게 된다.

조 작가의 매력이 빛나는 것은 조덕현의 화려했던 상하이 시절을 연상시키는 ‘1935’ ‘상하이 삼면화’ 같은 작품들이다. 자기과시적인 화려함과 속물근성, 그것의 일장춘몽을 영화판의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보여준다. 그게 지금 한국 사회에 더 연결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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