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시아세계 철학'에 제자리 잡아준 '이정우 세계철학사'

2018. 2. 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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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소운 이정우 인터뷰
세계철학사 아우르는 대장정
'아시아세계 철학' 다룬 2권
"사상이 살아있도록 만들어야"

[한겨레]

세계철학사2
이정우 지음/길·4만원

2011년 펴낸 <세계철학사1>(길)로 세계철학사 전체를 끌어안고 풀이해내는 전례 없는 대장정을 시작했던 철학자 이정우(59)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7년 만에 후속작을 내놨다. 전체 3권 가운데 2권으로,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뤘던 1권에 이어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룬다. 과거 서구에서 ‘세계철학사’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던 저작들이 사실상 ‘서양철학사’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이정우 세계철학사’의 전체 작업 가운데에서도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특히 관심이 높았다.

지난 31일 서울 마포구 ‘소운서원’에서 만난 이정우 교수도 ‘아시아세계의 철학’이란 묶음 자체를 이번 작업의 커다란 의미로 꼽았다. 1권은 그리스-로마 철학과 이슬람 철학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세계의 철학’을 다뤘는데, 그 동쪽 세계의 철학인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인도 철학과 동북아 철학을 두 축으로 삼는다. 사실 인도 철학은 언어적 측면이나 사유의 양태 등에서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더 가까울 수 있지만, “불교라는 종교가 동아시아로 전파되어 이 세계의 일부로 자리잡았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함께 묶었다고 했다.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하나의 큰 장으로 묶어내고 그것을 지중해세계의 철학과 양대 흐름으로 만든 구도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 지은이는 이런 틀 위에서 아시아세계 각지에서 나타난 철학의 다양한 모습과 그 변천에 대해 깊숙한 논의를 이어간다.

지난 2011년 ‘세계철학사’ 1권을 펴냈던 이정우 교수는 “애초 3년 안에 2권을 내려고 했었는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작업이 길어졌다. 3권은 2020년까지 펴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체적인 틀과 함께, 이 교수는 “두 세계의 철학을 따로 서술하는 데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고 해설하는 등 ‘비교철학적’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기원전 6세기 전후 기축시대에 두 세계에서 모두 최초의 철학자들이 이후 모든 사상들의 뿌리가 될 다채로운 사상들을 쏟아냈고, 그 뒤 대규모 제국들이 등장하면서 고대 사유 실험들 가운데 어떤 특정한 사유가 ‘정통’으로 채택된다. “이로써 철학은 종교화 또는 정치화하며, 철학사에서의 ‘중세’는 이렇게 교조화한 사상들(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 도교)로 특징지어진다.”

무엇보다 두 세계의 철학이 보이는 차이점을 반복적으로, 또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예컨대 지중해세계의 철학이 어떤 궁극의 ‘점’을 찾아내어 그것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 했다면, 길을 찾는 과정 그 자체에 주목하는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선’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이 실체, 본질, 근원 등 영원불변한 것을 추구한다면,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끝없는 변화(易), 흐름(氣) 등 생성하고 유동하는 세계를 추구한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자연주의가 강하다면 아시아세계의 철학에는 인문주의가 강하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지중해세계의 철학은 강박적으로 느껴질 만큼 너무 딱딱하고, 아시아세계의 철학은 ‘귀에 걸면 귀걸이’처럼 너무 물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공자의 상. 플리커

지은이의 작업은 지중해세계와 아시아세계 각각의 철학적 전통을 새롭게 되돌아보고 그 핵심을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맺는말에서 그는 “지중해세계 철학자들의 사유가 객관적이고 엄정한 탐구를 통해 어떤 궁극의 점을 찾았던 것에 비해, 동북아세계 철학자들의 그것은 인간적이고 역사적인 지혜를 통해서 끝없이 이어져가는 어떤 길을 찾았다. 때문에 지중해세계 철학의 기초는 ‘존재’의 탐구에 있었고, 동북아세계 철학의 기초는 ‘사람의 마음’ 탐구에 있었다”고 정리한다. 이밖에도 역(易)을 ‘사건의 철학’으로 다룬다거나, 기(氣)의 개념을 베르그송·들뢰즈 철학과 연관시키는 풀이, 한나라와 당나라 사이의 시기를 ‘다국화시대’로 보는 시각, 이질적인 대목이 많은 인도 철학과 동북아 철학을 종합해 다루는 대목, 조선시대 철학사를 ‘사람의 마음’이란 관점에서 3대 논쟁으로 정리하는 시도, 양명학이 일본의 중세 사상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일본의 근현대를 예비했다는 통찰 등 지은이만의 독특한 작업들도 두드러진다.

이렇게 고중세 유라시아 동쪽과 서쪽에서 진행된 철학적 흐름들을 각각 살핀 ‘이정우 세계철학사’는 이제 새롭게 등장한 근대성이 전지구적 보편성의 지평을 획득해나간 시기로 나아갈 것이다. 두 세계의 철학은 이제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져, 3권 ‘근현대세계의 철학’의 핵심 내용이 될 예정이다. 이 마지막 작업이야말로 ‘이정우 세계철학사’의 고갱이다.

“3권은 크게 3부로 나뉘는데, 17~19세기의 근대 철학과 ‘모더니티’의 요소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엽까지 근대적인 철학의 틀과 대결하면서 전개된 탈근대적 철학, 20세기 말부터 오늘날까지 철학의 전개 과정 등을 다룰 생각입니다.” 기존의 관습적인 방식처럼 각각의 철학자들을 따라가지 않고, ‘존재에서 생성으로’, ‘주체, 경험, 의미’ 등 핵심 주제들을 앞세워 다양한 철학 사조를 오가는 구성이 독특할 것이라 한다. 일본의 구키 슈조, 니시다 기타로, 미키 기요시, 도사카 준, 중국의 량수밍, 리다자오, 한국의 박치우, 신남철, 이돈화 등 그동안 근현대철학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20세기 동북아 철학자들에게 주목할 것이란 설명도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중국 충칭에 있는 불상. 게티이미지뱅크

이 교수는 앞으로 “과거 <사건의 철학>(2003), <천하나의 고원>(2008)에서 자신이 내놓았던 ‘타자 되기의 철학’, ‘마주침의 존재론’ 등의 사유들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나가는 철학 저술과 철학사 저술을 병행할 것”이라 했다. 철학사 분야에서는 20세기 동북아 철학자들, 아나키스트들,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사유를 다루는 책, 전후 한국과 일본의 철학자 박종홍과 마루야마 마사오를 비판적으로 비교하는 책 등을 구상 중이다.

“더 이상 ‘사상’이란 말 자체를 듣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사유, 사상, 언어 등이 이 세계에서 최소한의 지분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 교수는 “외국의 사상을 번역, 소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땅에서 창조적인 작업이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하’(제도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강호’(비제도권)로 나와 오랫동안 대안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그다. 그나마 강호에서는 사상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요샌 그마저도 예전 같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사상이 살아야 그것과 연관되어 모든 게 다 생명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시 강호의 장을 만들어서, 사상이 여전히 살아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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