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15년 제록스, 일본 후지필름에 팔려

박종원 2018. 2. 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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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후지제록스'로 재탄생
고모리 시게시타 후지필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의 기자회견장에서 제록스 인수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Xerox(제록스): 【 타동사】 (복사기로) 복사하다"

시중의 웬만한 영어사전에서 제록스를 찾아보면 이런 문구를 볼 수 있다. 지난 1903년에 설립되어 전 세계에 복사기를 보급한 제록스는 회사 이름이 사전에 오를만한 '전설'이었다. 그랬던 제록스가 마침내 일본 후지필름에 팔리게 됐다. 성공에 너무 취했던 나머지 변해가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 NHK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제록스의 지분 50.1%를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후지필름은 기존에 양사가 만들었던 합작회사인 후지제록스에 제록스를 합병시켜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미국 첨단기술의 신화가 지다

미 언론들은 인수.합병(M&A) 소식이 알려지자 일제히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115년 역사를 자랑하는 제록스는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지금의 애플이나 구글같은 미국 첨단기술의 상징이었다. 제록스는 1938년 발명가 체스트 칼슨으로부터 복사기술 특허를 사들여 1959년에 세계최초의 평판 문서 복사기 '제록스 914'를 출시했다.

이는 미국을 넘어 세계의 사무실 문화를 뒤엎는 혁명이었다. 1970~1980년대 영화에 등장하는 사무실에는 항상 제록스가 있었다. 상표가 동사로 쓰인 것도 이맘때였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제록스가 보유한 특허는 1980년대 들어 만기됐고 미 시장에는 캐논 같이 저렴한 복사기를 만드는 일본 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복사기의 입지 또한 e메일과 각종 전자식 업무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갈수록 줄어들었다.

제록스도 체질개선을 위해 노력은 했다. 제록스는 지금의 실리콘밸리에 차세대 사무실 연구소를 열고 1981년에는 자체적인 PC를 만들었으나 이후 애플 및 IBM과 벌인 경쟁에서 패배했다. 이후 금융보험업에 손댔던 제록스는 여기서도 실패, 1990년대에 관련 사업부를 처분했으며 최근에는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에 뛰어들었으나 지난해 다시 해당 사업부를 분사했다.

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제록스는 독점기업이 신기술 전환에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NYT는 제록스가 "능숙함의 덫"에 걸렸다며 한 분야에 너무 뛰어난 나머지 다른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한 경우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사무기기 업체 탄생

이번 합병안에 따르면 제록스와 후지제록스는 합병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1만명의 직원을 감원하고 17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후지제록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무기기 판매를 위해 후지필름과 제록스가 1962년에 세운 합작회사로 양사의 지분은 당초 반반씩이었다. 후지필름은 인화용 필름산업이 몰락하자 사무기기업체로 변신해 왔으며 2001년 제록스가 경영난에 빠진 틈을 타 후지제록스의 지분 비율을 75%까지 늘렸다. 인수가액은 6710억엔(약 6조 5702억원)으로 합병 후 새 회사는 후지제록스라는 이름을 유지한 채 연매출 180억달러(약 19조305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사무기기 업체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고모리 시게시타 후지필름 최고경영자(CEO)는 합병 발표 당일 성명에서 "선진국 시장은 성숙한 상태라고 알려져 있지만 신흥 시장은 향후 성장이 예상되며 복사 분야의 성장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 증시에서 거래된 제록스 주가는 지난달 31일 4.8% 급등해 주당 34.25달러에 마감됐다. 다만 모든 주주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관계자를 인용해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로 유명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과 미 아웃소싱 기업 어필리에이티드컴퓨터시스템(ACS)의 다윈 디슨 전 회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투자자는 각각 제록스의 1대 주주, 3대 주주로 양자의 지분 합계는 제록스 전체 15%에 달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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