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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리뷰] `더 포리너` 노병은 죽지 않는다…63세 성룡의 딸 복수기

김시균 기자
입력 : 
2018-02-01 17: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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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알던 청룽(성룡·63)은 온데간데없다. 날쌔고 유연하며 익살 가득한 그의 옛 모습을 기대했다가는 오산. 웃음기 없는 그의 안면으로는 세월의 풍화를 증거하는 쓸쓸한 흔적이 그득하다. '더 포리너'(감독 마틴 캠벨)는 어느덧 육순을 훌쩍 넘긴 이 백전노장을 런던의 도심 한가운데로 불러세운다. 그러고는 유럽의 '이방인(포리너)'이 된 그에게 잔인한 시련 하나를 툭 던진다.

배경은 런던 핌피코 거리. 콴(청룽)은 눈앞의 은행에서 발생한 폭발 테러로 졸지에 딸을 잃는다. 사랑하는 딸은 그 순간 바로 옆 옷가게에 있었다. 한바탕 굉음과 함께 주변은 온통 핏빛 아수라장이 된 상황. 얼굴 가득 유리 파편 범벅인 콴은 비틀대며 옷가게로 향한다. 그러나 딸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돼 있다. 콴은 죽은 딸을 부둥켜 않은 채 실성하듯 흐느낀다.

자, 이제 어찌할 것인가. 이 모두 업보로 여기며 그저 가슴팍에 묻어둘 것인가. 그렇게 차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삭이고 또 삭이며? 그럴 리가. 지금 우리는 청룽이란 남자를 보고 있다. 모름지기 노병은 죽지 않는 법이다. 영화는 거두절미하고 콴의 치밀한 복수극으로 나아간다. 은행 테러 배후에 있는 테러집단과의 다대일 승부, 이른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더 포리너'는 주인공 콴을 천하무적 '히어로'로 그리지 않는다. 육순이 넘은 노구인데 그럼 너무 유치하지 않은가. 그래서 꽤나 현실적으로 그의 분투기를 보여준다. 한때 그가 특전사 출신이었다고는 설정하지만 화면상 마주하는 그의 모습은 때리는 순간보다 맞는 순간이 많다. 구르고, 부딪치고, 넘어지며 그는 고통에 겨운 듯 자주 거친 신음을 토해낸다.

마지막 장면을 잊을 수가 없는 영화다. 110여 분이 흐르면 콴은 자신의 중식당이라는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있다. 복수는 완수했지만 하나뿐인 딸은 이제 없다. 그는 철저히 혼자다. 바로 그 순간, 콴은 과연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인지. 청룽의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이처럼 고독한 모습은 없었다. 그 쓸쓸함의 정조가 쉬이 지워지지 않는다. 7일 개봉.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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