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만화 그렸다고 '최저점' 주고

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입력 2018. 2. 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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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콘진원 블랙리스트 실행 최초 확인"
송경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간사. (자료사진=박종민 기자/노컷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조사위)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이 블랙리스트를 가동해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를 지원 배제한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콘진원의 블랙리스트 실행 사실은 지난해 특검이나 감사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기관운영감사에서도 밝혀진 바 없었으며, 그간 의혹으로만 존재해 왔다.

콘진원은 그간 송성각 전 원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원장의 개인 비리일 뿐이라며 블랙리스트 실행 사실을 부인해 왔다.

◇ 콘진원 블랙리스트 7건 확인

조사위에 따르면, 이진희 은행나무출판사 주간,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서철원 소설가,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등 7명이 콘진원 사업 관련 블랙리스트에 올라 배제됐다.

이들 7명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유는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방식 규탄 시국선언 ▲노무현 지지선언 ▲문재인 후보 대선광고 촬영 ▲영화 ‘26년’ 초반부 애니메이션 제작 ▲영화 ‘26년’ 제작사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전라북도 문화예술인 115명 문재인 지지선언 ▲문재인 멘토단 등이었다.

이들은 이전까지 맡아오던 공모사업 심사위원에서 갑자기 배제됐다. 조사위는 "이는 콘진원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콘텐츠나 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단체를 배제하기 위해 심사 단계에서부터 블랙리스트를 가동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런데 콘진원은 블랙리스트 사태가 불거진 이후, 돌연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문화예술인들을 ‘2017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대거 본심 심사위원으로 원상복귀시켰다. 이에 대해서도 조사위는 "콘진원 스스로 이들 심사위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실행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 세월호 참사 만화 그렸다고 최저점 주고

콘진원의 연재만화 지원사업과 대중음악 지원사업 등에 대한 심사에서 콘진원 내부 간부와 일부 외부 심사위원들이 블랙리스트 예술인·단체의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을 지원 배제한 사실도 확인했다.

조사위가 콘진원의 ‘2015 만화콘텐츠 창작기반조성 연재만화 제작지원 심사결과표’를 분석한 결과, 우리만화연대 소속 만화가 유승하 씨가 피해를 입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만화 '끈'을 그렸다. 1차 서류평가에서 평균 78.6점을 얻어 심사대상 77편(총 169편 지원‧92편 탈락) 중 전체 4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2차 발표평가에서 유 씨의 ‘끈’은 평균 68.6점을 받아 전체 77편 중 66위를 기록, 결국 총 순위에서 54위에 머물렀고, 결국 50위까지 지원되는 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서류평가 10위 이내에 든 작품은 유승하씨의 ‘끈’을 제외하고 모두 통과, 지원을 받았다.

조사위는 "조사 결과 이OO 콘진원 산업팀장 등 발표평가에 참여한 심사위원 3명이 '끈'에 각각 최저 점수를 줬다"면서 "'정치색을 띄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고 2차 발표평가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의 진술도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우리만화연대의 출품작 중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광야’와 국정원 직원이 등장하는 ‘명태’ 등도 최종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이밖에 조사위는 2016년 대중음악 공연지원 사업에 대중음악업계 특정 관계자, 즉 이해관계자를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 조사위, 콘진원 심사 전반으로 조사 확대키로

조사위가 파악한 콘진원의 블랙리스트 실행구조는 ‘청와대 → 문체부 → 콘진원 → 지원사업 심사위원’의 단계로 상부의 지시가 하달되어 실행되었다.

민권 전 문체부 차관은 이와 관련, 2017년 4월 25일 블랙리스트 관련 법정 증언에서 문체부 실무자들이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담당자들을 통해 심사위원들에게 (배제 대상을) 전달, 블랙리스트를 반영해 지원사업 선정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심사 부정이 일부 장르 및 사업만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으로 보고, 콘진원 심사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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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yooy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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