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넘실대는 공원, 과학·예술 분야 5만권

2018. 2. 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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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황사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던 1월18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북파크(사진)를 찾았다.

건물 오른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 정문으로 들어서면 과학·예술 책 5만 권이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건물 1~3층을 잇는 실내 계단에는 공원을 지키는 거목처럼, 24m 높이의 책장이 솟아 있다.

고민 끝에 '2017 우수 과학도서' 코너에 놓인 뇌과학책 <마음의 미래> 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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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용산구 한남동 ‘북파크’

겨울 황사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던 1월18일 오후 용산구 한남동 북파크(사진)를 찾았다.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로 나서면 뮤지컬·대중음악 전용극장 ‘블루스퀘어’가 있고 그곳 2, 3층에 ‘북파크’가 있다.

북파크는 말 그대로 ‘책 공원’이다. 책을 파는 상업적 공간이기에 앞서 공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원 같은 시설이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자사주를 팔고 자신의 재산을 내놓아 만든 과학 공익재단 ‘카오스’(KAOS)가 이곳을 운영한다.

카오스는 ‘무대 위에서 깨어난 지식’(Knowledge Awake On Stage)의 약자다. 과학·지식·나눔을 모토로 재단을 설립한 뒤 100회가 넘는 무료 대중 과학 강연을 이어왔으며, 리처드 도킨스·데이비드 크리스천 같은 세계적 석학이 함께했다.

북파크 서가도 재단 특성을 살렸다. 과학 도서를 전면에 내세운 것. 건물 오른쪽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 정문으로 들어서면 과학·예술 책 5만 권이 밝은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화학·수학·물리·천문학·뇌과학은 물론 디자인·사진·건축까지 빠짐이 없다.

건물 2층은 문학·사회과학·인문·경제경영 도서다. 건물 1~3층을 잇는 실내 계단에는 공원을 지키는 거목처럼, 24m 높이의 책장이 솟아 있다. 닿을 수 없는 저 책들이 비록 장식일지라도, 숭고미를 자아내는 이색 공간임이 틀림없다.

서가 곳곳에 마련해둔 안락의자와 숨은 공간도 북파크의 매력이다. 점원 눈치 볼 것 없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다. 홀로 앉은 청년, 데이트하는 연인, 아이와 함께 온 엄마까지 많은 이들이 대낮의 여유를 즐긴다.

북파크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다. 카오스 강연이 이뤄지는 300석 규모 ‘카오스 홀’과 미술관 ‘한남아트갤러리’, 카페 ‘필로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설이 있다. 이곳을 서점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라 하는 이유다.

용산구는 지난해 12월 원효로 옛 청사에 3만 권 장서를 채운 구립 꿈나무도서관을 열었다. 공공청사를 중심으로 북카페(작은도서관)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도서관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정된 재원 탓에, 높은 땅값 때문에 도서관을 늘리는 일은 적잖은 시일이 걸린다. 북파크 같은 시설이 는다면 도서관의 빈틈을 촘촘히 메울 수 있을 터이다. 관공서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의 공헌이 지역을 살린다. 사람들이 책을 빌려서만 볼 게 아니라 사서 본다면 죽어가는 출판계도 살릴 수 있다.

고민 끝에 ‘2017 우수 과학도서’ 코너에 놓인 뇌과학책 <마음의 미래>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지갑 속에 모셨두었던 도서상품권 석 장을 꺼냈다. 온라인 서점보다 덜 깎아주지만 그보다 큰 아날로그적 기쁨을 누렸으니 대만족이다. 더군다나 북파크 수입금은 모두 ‘과학 대중화’를 위해 쓰인다. 나는 이날 과학계에도 기여했다.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책의 해’다. 이왕 책을 읽으려면 한남동 책공원으로 가자. 춥거나 텁텁한 날, 그곳에서 안식을 얻으리라.

김재훈 용산구청 홍보담당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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