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종교 의례" vs "스포츠일뿐".. 개신교 '요가' 논란

엄주엽 기자 2018. 2.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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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는 국내에서 종교적 성격보다는 주로 여성들의 건강과 몸매 관리 목적으로 크게 성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초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문화홀에서 열린 요가 강좌의 모습. 연합뉴스

- 예장통합, 연구보고서 채택

“요가, 힌두교 신념 담겨 있어

교회는 교인 참여 금지해야”

-‘기독교 사상’특집 게재

“현대 하타요가는 정통과 달라

해탈추구보다 운동으로 정착”

“요가는 이방의 수행방법이다.” vs “운동이다.”

한국 개신교 주요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는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산하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작성한 ‘요가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채택했다. 소속 교회의 지침이 될 이 보고서는 한국에서 성행하는 요가가 기본적으로 범아일여(梵我一如)라는 힌두교의 종교적 신념을 담고 있다고 규정하고, “교회는 교인들의 신앙생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요가의 참여를 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요가는 우리 사회에 건강을 위한 생활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적지 않은 교회의 문화센터 등에서 요가 강습이 이뤄지고 있어서 논란이 됐다.

개신교 월간지인 ‘기독교 사상’ 최근호는 이와 관련해 ‘요가, 운동인가 종교의례인가’를 특집으로 다뤘다. 3명의 요가 전문가의 글과 ‘요가 보고서’ 원문을 실었다. 인도 종교(힌두교) 전공자인 종교학자 류경희 박사는 ‘요가, 힌두교의 수행체계’라는 글에서 “넓은 의미에서 요가는 해탈을 달성하기 위해 힌두교가 발전시켜온 수행 방법이며, 좁은 의미에서는 인도 6파 철학의 하나로 기원전 2세기경 파탄잘리가 ‘요가수트라’로 정리한 ‘고전 요가’(라자 요가)를 가리킨다”고 설명한다.

류 박사는 “요가 사상은 신체와 마음이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개별 요소라면, 영혼은 모든 요소의 본질이자 우주의 근원인 브라만 또는 인격화된 신과 동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 박사는 “우리나라나 서구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가는 이 같은 고전 요가가 아니라 주목적이 신체의 건강, 활력, 긴 수명을 목표로 삼는 ‘하타 요가’로, 정통 힌두 종파에서는 자신들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 박사는 “예장통합이 신앙의 정통성과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이해하지만, 종교학자의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만큼, 타자와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 과연 자기 신앙을 잘 지키고 발전시키는 방법일지 의문이 든다”면서 “기독교인들이 요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찾아내 기독교의 틀 안에서 충족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심준보 금강대 연구교수는 ‘한국에서 요가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글에서 “여러 국내 전래설이 있지만,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도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 요가는 종교와 같은 도그마가 아니다”라며 “한방치료를 받다가 중국 전통의 음양오행설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듯이, 이미 하나의 운동이 돼버린 현대 요가를 하다가 힌두교도로 변신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배윤종 명지대 교수는 ‘스포츠 요가로서의 한국 요가’라는 글에서 “현대 요가는 해탈이라는 거창한 목적보다도 대중에게 더 즐겁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스포츠화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요가의 스포츠화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예장통합에서 채택한 ‘요가 보고서’는 “본질적인 요가의 측면에서 보면, 요가는 철학과 종교”라며 △뉴에이지 운동의 세계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이 아니라 자력 구원 △범신론적 신비주의 △윤회사상 등 비성경적이고 비기독교적인 것으로써 기독교와 교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신체 운동에 중점을 두는 하타 요가에 깊이 빠져들면 자연스럽게 정신 수련에 치중하는 라자 요가로 전이돼 타 종교와 맞닿아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결론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요가가 교회 안에 들어오거나, 교회가 어떤 형식으로든 요가를 지원하거나 관여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예장통합은 요가와 함께 교회에서 어린이 전도 수단 등으로 이용되는 마술에 대한 금지령도 내렸다.

‘기독교 사상’의 박종화(경동교회 원로목사) 편집위원은 “기독교인이 자신의 신앙에 충실하면서 스포츠 요가를 통한 심신수련을 못할 일도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힌두교적 종교성을 추구하거나 해탈의 경지에 이르고자 요가를 선택하는 경우라면 일종의 혼합종교적 무질서로 귀결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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