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가상화폐 정의부터 명확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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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초래되는 사회적 낭비가 상당하다.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국민청원과 관련해 정부가 지난달 31일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아무런 발표가 없자 투자자들은 온라인에서 '총선 때 보자'는 실시간 검색어 항의 시위까지 벌였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가상화폐가 자산인지 화폐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그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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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진즉 가상통화나 가상화폐가 아니라 ‘암호코인(Cryptocoin)’이라는 용어를 썼다면 화폐냐 재산이냐를 두고 지금처럼 혼란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뼈아프지만 정부의 대처가 늦어 문제를 키운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로 보입니다.” (전 금융감독원 A부원장)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통해 국경을 넘어 금융 거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비트코인 개발자의 이상(理想)은 혁명적 의미가 있지만, 현재 국내 가상통화 시장에는 욕망(慾望)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투기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가 불가피합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초래되는 사회적 낭비가 상당하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에 반대하는 국민청원과 관련해 정부가 지난달 31일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아무런 발표가 없자 투자자들은 온라인에서 ‘총선 때 보자’는 실시간 검색어 항의 시위까지 벌였다. 가상화폐는 이미 정치·사회적 문제다.
가상화폐 취급소(거래소)들도 관련 시장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덩치만 키우고 있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해 제도권 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기술의 핵심가치인 거래비용 절감은 외면하고 투자자들로부터 낮지 않은 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가상화폐 취급소를 가상화폐 거래소라고 부르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공개(IPO)를 연상케 하는 가상화폐공개(ICO)란 표현에 대해서도 “가당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 촘촘한 규제망이 있는 주식거래소에서도 불법이 적지 않은데 아무런 규제가 없는 가상화폐 취급소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작 금융당국은 가상화폐가 자산인지 화폐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그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사법당국은 처음으로 가상화폐를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재산으로 인정했다.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안모(3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범죄수익으로 얻은 약 191비트코인(현재 시가 24억여원)을 몰수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가상화폐를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인정했다.
경제정책 수장인 김동연 부총리의 입장은 여전히 애매하다. 그는 지난달 31일 국회 기획재정위 업무보고에서 “가상통화 정의가 안 돼 있고 정부 어디서도 합의된 게 없다. 개념정의도 없이 어떻게 폐쇄하고 과세하고 규제를 한다는 얘기가 나오나”라는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의 지적에 “가상통화 개념은 국제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가상화폐 제도권 진입 여부에 대한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이런 논의를 뒤로 미루고 과세할 방법을 찾는데 몰두하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엇박자도 여전하다. 지난달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소 폐쇄’를 공언했다. 청와대는 그날 “아직 충분히 논의된 사안이 아니고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일주일 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 화폐 거래의 부작용을 막기 어렵다면 거래소 자체를 폐쇄하는 것도 필요할지 모른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거래소 폐쇄 옵션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가상화폐 정책을 다루는 컨트롤타워에 대해서도 국무조정실, 금융위, 기재부 등 하루가 멀다하고 다른 보도가 쏟아진다.
앞서 지난 2016년 11월 금융위·기재부·한국은행·금감원 및 학계 및 법률전문가 등은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러나 활동은 미미했다. 이젠 청와대든 국조실이든 기재부든 금융위든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명확한 규제 방향성을 제시해 줘야 한다. 정부가 더 큰 사회적 낭비를 막기 위해 사안과 정면으로 마주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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