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다"던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개미 위한 '깜짝 카드'

이윤주 기자 입력 2018. 1. 31. 21:15 수정 2018. 1. 3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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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첫 주식 액면분할 단행 ‘왜’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주식 액면분할 결정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53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실적 못지않은 ‘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 요구가 많았지만 회사 측은 “계획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실적이 좋아지면서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배당액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들에 이은 마지막 카드를 내놓은 셈이다. 주주친화 정책의 ‘온기’를 대주주나 외국인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누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액면분할의 가장 큰 의미는 개인투자자 소위 ‘개미’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춰 ‘황제주’에서 소액으로도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국민주’로 변모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날 종가는 249만5000원으로 국내 상장사 주식 중 가장 비싸다. 1주당 가격이 너무 비싼 탓에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에 뛰어들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고액이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은 투자하기 힘들었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문턱을 낮춰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2%를 넘어가면서 배당 등의 혜택이 대부분 외부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아왔다. 삼성전자 측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고, 2018년부터 대폭 증대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면 현재 약 53% 수준으로 절반을 넘긴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깜짝 결정은 내부에서도 극소수의 인사들만이 ‘보안서약서’에 서명하고, 수차례의 기밀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옛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의 정현호 사업지원TF팀장(사장)이 상당한 역할을 했으며, 구속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변호사를 통해 보고돼 최종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다음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선고와 이번 액면분할을 연결시켜 해석하는 부분에 대해선 삼성전자는 “터무니없다”고 선을 그었다.

액면분할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거나 주요 주주들의 지분율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전문가는 평가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쪼갠다는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는 ‘중립’적인 사안으로 봐야 한다”며 “소액 투자자들의 투자가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관리해야 하는 주주들도 늘어나는 셈이어서 기업 입장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실적의 주역은 반도체였다. 반도체는 지난해 4분기에만 매출 21조1100억원, 영업이익 10조9000억을 올리면서 사상 처음 분기 ‘매출 20조·영업이익 10조’를 돌파하는 등 연간 영업이익 35조2000억원을 기록하는 압도적 실적을 나타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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