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 한마디, 소방관 트라우마 극복할 힘 된다"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팀 2018. 1. 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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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남 세브란스병원 석정호 교수 - 화재 참사 트라우마

■ 방송 : 경남CBS<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석정호 교수 (강남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효영:밀양 화재 참사, 많은 분들이 그날의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게 되겠지요.

오늘은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강남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 만나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석정호: 네. 안녕하십니까.

◇김효영: 교수님도 밀양 화재 참사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프셨죠?

◆석정호: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고요. 특히나 거동이 불편하신 환자분들이 입원하고 계신 분들이 많은 희생자와 부상자가 발생해서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는 안전과 생명에 관한 원칙을 잘 지켜서 이런 안타까운 참사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효영: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는 어느정도 일까. 경험이 없는 분들은 상상하기 힘든데요.

◆석정호: 뉴스로 접하는 것과 다르게, 직접 내 가족이 죽거나 내가 가까이 아는 사람이 사망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굉장히 큰 고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트라우마의 예가 전쟁 참전 용사들인데 그런 분들은 가까운 데서 동료들이 사망하거나, 전쟁과정에서 죽음을 자주 목격하기 때문에 그것을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충격적인 사망사고, 사건들은 평생에 잊기 힘든 상처나 고통을 남길 수 있습니다.

◇김효영: 가까스로 생존하신 분들이 감내할 트라우마는 어떤 겁니까?

◆석정호: 소스라치게 무섭고 놀랐던 충격적인 경험이 화재가 끝났지만 계속 반복해서 경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장이 두근두근 빨리 뛰고, 손발에 땀이 나고, 밤에는 잠들기 힘들거나 잠 들었지만 자주 깨고, 작은 일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가장 심한 경우는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현실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힘든 상태가 될 수 있는데요. 이런 모든 반응이 참사 초기에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봐주셔야 합니다.

대부분이 아주 놀란 상황에 갑작스런 사고를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잠깐 이런 반응을 보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조금씩 회복에서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있을 수 있는 반응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요. 주변에 있는 피해자가 놀라서 과도한 행동을 보이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놀라서 그랬구나 하면서 이해하면서 받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효영: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해해야 한다.

밀양 참사 현장 (사진=자료사진)
◆석정호: 그렇습니다. 평소와 다른 매우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때 보이는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반응들은 정상적인 범위 안에서 이해해주셔야 합니다.

◇김효영: 이번에도 많은 소방관들께서 고생하셨는데. 소방관들은 늘 트라우마에 노출돼 있지 않습니까?

◆석정호: 맞습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은 트라우마를 경험하시는 분들이 전쟁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시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자주 접하는 분들이 소방관과 경찰관입니다.

사건 사고에 늘 출동해야 하고 거기서 여러 가지 사망자라든지 충격적인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트라우마에 아주 취약한 직업입니다.

하지만 소명의식을 가지고 굉장히 열심히 극복하면서 해주시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감사하지요.

◇김효영: 그러나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관들의 책임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경우도 있지요. 열악한 환경속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도 비난을 받는 모습.

우리 국민들께서 '소방관님들 정말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표현을 해주면 그분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효과가 있을까요?

◆석정호: 물론입니다. 보이지 않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성원과 응원은 큰 힘이 될 수 있고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빨리 이겨낼 수 있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희가 한 가지 한 가지 절차를 점검해서 잘못된 부분들을 수정해 나가야 하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 가장 최일선에서 돕고 계신 소방관과 경찰관 분들은 특히 더 많은 지원과 응원 격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김효영: 그렇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트라우마를 여전히 안고 고통속에 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 광주에서 가족을 잃었던 분들은 지금도 5월이 되면 아프시데요.
수십 년 동안 계속되는 트라우마와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석정호: 자연 재난과 사회적인 재난으로 크게 분류하는데요. 홍수나 태풍처럼 자연 재난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이 빨리 잘 회복해야지, 극복해야지 하는데, 이런 80년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참사나 세월호와 같은 참사들은 인간이 뭔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아니면 군부가 독재를 위해서 탄압을 했거나 이런 인간들이 잘못한 것으로 생긴 참사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충분한 화해나 진실규명 과정이 없어서는 제대로 된 사회 통합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원인을 제공했던 사람들은 사과를 해야 되고 피해자들은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면서 용서해줄 수 있는 화해 과정이 만들어 질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같이 노력을 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런 측면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김효영: 그렇군요. 억울하게 죽었다는 생각이 들면 이 원한이 어떻게 풀리겠습니까?

◆석정호: 맞습니다. 특히 억울한 마음을 같이 이해해주고 함께 아파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석정호: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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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팀] sskann0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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