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빅터 차, 주한 美대사 탈락..공백 장기화 우려돼

【서울=뉴시스】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에서 빅터 차(Victor Cha)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석좌교수 겸 조지타운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17.01.18.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photo@newsis.com

백악관, 빅터 차에 "미국 시민 철수 도울 준비 돼 있나" 질문
마이클 그린 "민감한 시기에 한반도 최고 전문가 밀려난 것 우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미국 백악관이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 계획을 철회했다고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워싱턴포스트(WT) 등이 보도했다. 차 석좌는 그동안 미 대사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FT와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차 석좌는 지난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에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전략 중 하나인 '코피 전략(bloody nose)'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후 백악관으로부터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코피 전략'은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 대신 제한적인 군사 공격을 통해 북한에 경고를 가한다는 개념이다.

FT에 따르면 차 석좌는 한국에 머물고 있는 미국 시민들의 철수를 도울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도 질문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국민 철수는 군사적 충돌이 있기 전 취하는 조치다. 이에 대해 차 석좌는 어떠한 종류의 군사적 공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WP에 따르면 차 석좌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위협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백악관은 지난 수개월간 차 석좌의 안보관과 재정상태 등을 조사해왔으며, 지난달에는 정부 관리들이 상원에 트럼프 대통령이 차 석좌를 주한 미국 대사 후보로 공식 지명할 계획이란 점을 알리기까지 했었다고 WP는 전했다. 이에 한국정부는 차 석좌의 주한 미국 대사 임명에 동의하는 아그레망을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차 석좌 대사 지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FT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주 차 석좌에게 지명이 철회됐다는 사실을 알렸다.

차 석좌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NSC에서 아시아 담당 국장을 역임했을 당시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은 "이처럼 한반도가 민감한 순간에 최고 전문가가 밀려난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FT는 미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 명령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의 이같은 움직임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을 최우선 외교 정책과제로 삼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주한 미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빅터 차의 대사 내정이 취소되면서, 주한 미 대사 공백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WP는 백악관이 차 석좌를 주한 미국 대사 후보에서 빼고 다른 후보감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정부 고위관리로부터 확인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아직 후보를 찾지 못했는데, 곧 적절한 후보를 찾을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CNN은 빅터 차 주한미국대사 내정자가 지난 해 12월 한국 정부로부터 아그레망까지 받았지만, 그 이후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이상기류를 전한 바있다.

jaele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