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김명민 "'하얀거탑' 지금 봐도 명작..장준혁 캐릭터는 천운"

한해선 기자 2018. 1. 3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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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연기본좌’ 배우 김명민에게도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로 레전드 작품을 남겼지만 여전히 목말라하며 새롭게 도전 중이다.

배우 김명민 /사진=쇼박스

이번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 이하 ‘조선명탐정3’)은 그 대표적 결과물. ‘김명민도 코미디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단번에 깨뜨린 작품이다. 시리즈화가 어려운 국내 영화판에서 3편까지 탄생시켰다. 심지어 갈수록 코믹 연기 타율도 상승했다.

‘조선명탐정3’는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기억을 읽은 괴력의 여인 월영(김지원)이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수사극.

김명민은 3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속 명장면을 언급했다. 첫 장면부터 김명민과 오달수는 절단 마술 공연 장면으로 큰 웃음을 선사한다. 아재 둘의 귀여운 칼군무 율동부터 의도치 않게 피가 솟구치는 슬랩스틱 개그로 폭소를 자아낸다.

“처음 율동은 복잡한 춤은 아니었는데 앙증맞음과 기교를 부렸다. 이수근 씨가 안무를 짜주셨고, 그걸 감독님이 비디오로 찍어서 휴대폰으로 전송해주셨다. 이수근 씨가 너무 잘 추셔서 처음엔 그 셰이프를 못 따라가겠더라. 최종 리허설은 김석윤 안무가님(웃음)에 의해 만들어졌다. 거의 이수근 씨처럼 잘 추시더라. ‘조선명탐정’의 개그가 뜬금없이 웃기는 게 아니라 나름 치밀하게 계산하고 웃기는 것이다. 우리 영화는 코믹의 타이밍이 다른 영화와 다를 뿐이다. 갑자기 뒷통수를 치는 코미디다.”

배우 김명민 /사진=쇼박스

코미디 장르에서 애드리브가 많이 이뤄지는 것에 비해 ‘조선명탐정3’에서는 생각보다 애드리브가 없었던 편. 허술한 슬랩스틱처럼 보이는 장면도 철저한 계산으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김명민은 김민의 귀여운 면모가 실제 자신의 모습에도 있다고 밝히며 “김민은 이미 그런 캐릭터가 잡혀있다. 8년 동안 익숙해져 있다. 그 옷을 입고 연기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1탄 때는 캐릭터와 실제 내 모습의 간극을 줄여갔다면 지금은 좀 더 폭넓게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명탐정’으로 김명민은 코미디로도 스펙트럼을 뻗어 보였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불멸의 이순신’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에서의 묵직한 카리스마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혀 있다. 김명민은 이에 대해 “뭘 해도 그런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겠다. 생각이란 것은 본인이 하는 대로 나타나는 것이겠다. 나는 배우로서 그런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벗겨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털어놨다.

2007년 방영된 드라마 ‘하얀거탑’이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로 일컬어지며 지난 22일부터 MBC에서는 ‘다시 만나는 하얀거탑 UHD 리마스터드’(이하 ‘하얀거탑 리마스터드’)가 재방영되고 있다. 주인공 장준혁 역을 맡았던 김명민은 최근 방송을 다시 봤냐는 질문에 “솔직히 내가 내 방송을 다시 본다는 건 쉽지 않다. 어느덧 11년 전 작품이 됐다. 슬쩍 보긴 했는데 명작은 명작이더라. 정규방송 시간대에 재방영을 해줄 만큼의 작품이 있다는 게 배우로서는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라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작품마다 줄곧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인상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온 그이지만, 여전히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밝혔다. “내 자신이 식상한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한 번 입었던 옷을 이틀이나 일주일 이상 입는 걸 안 좋아한다. 지금까지는 그런 캐릭터가 알맞게 잘 들어왔던 것 같다. 장준혁 같은 캐릭터는 천운을 타서 받은 것 같다. 앞으로 그런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배우 김명민 /사진=쇼박스

“캐릭터만 내세워서 가는 작품들은 솔직히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작품이 아니다. 대본이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캐릭터가 그 안에서 편안하게 놀 수 있겠다. 그런 것도 혼자 표현하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 작가, 감독, 배우가 합일점을 이루는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 모든 것이 갖춰진 작품이 ‘하얀거탑’이었다. 나는 캐릭터를 깎아서 만들 때 희열이 있다. 대본의 어미, 토씨를 하나도 안 바꾼다. 입에 안 맞고 불편해도 안 바꾼다. 그걸 편하게 바꾸는 순간 김명민이 하기 쉬운 캐릭터가 된다고 생각한다.”

2011년 1편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2015년 2편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올해 3편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까지 세 편으로 호흡을 맞춘 오달수와는 실제로도 종종 연락하며 드라이브도 하는 사이라고. “경기도 인근 쪽에 드라이브를 한다. 그러면서 사는 얘기, 묵은지까지 다 끄집어낸 깊은 얘기도 나눈다. 나는 되게 직선적이다. 나는 누가 잘못하면 그대로 말한다. 형은 누가 잘못하면 그걸 고칠 때까지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오히려 나와 맞는 것 같다. 형 대신 내가 해결해줄 때가 있고, 내가 성급하게 반응하려고 할 때 형은 쉬어가자고 한다. 성격이 너무 똑같으면 부딪힐 것이다. 형이나 나나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건 비슷하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의 아들을 둔 김명민은 자신의 역대 캐릭터를 본의 아니게 아들을 통해 확인해 왔다. “우리 아들이 처음으로 체득한 건 ‘불멸의 이순신’이었다. 입을 떼자마자 ‘네 이놈’을 말하고 다녔다. 두 살배기에게 그게 학습이 될까 싶었는데 유치원 영아반에서도 ‘네 이놈’이라고 했다더라. 매번 그런 게 있었다. ‘하얀거탑’을 할 때는 장준혁을 보고서 계속 메스 잡기 전 손 세운 걸 따라하고 다녔다.(웃음) ‘베토벤 바이러스’ 때는 애들한테 ‘똥덩어리’라고 한 걸 보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시작한 그이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4년 ‘불멸의 이순신’ 이후부터다. 20대의 스스로에게 해줄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열심히 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힘들어도 참고”라며 “20대 때는 스스로 암흑기였다고 생각한다. 공채로 시작 했지만 무명생활도 거쳤다.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한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그 시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명민은 삶을 산에 비유했다. “인생에는 굴곡이 있기 마련인데 내리막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걸 당했을 때 못 견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 또한 겪어왔던 것이고, 인생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산을 좋아한다. 거기서 인생을 배운다. 정상이 보여서 잡힐 것 같다가도 바로 앞에 내리막이 있다. 그래야 길이 나온다. 그래서 등산을 좋아한다. 아무 불평 없이 내려가면 또 정상이 나타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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