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간 3조 걷어 난시청 해소에 2% 쓴 KBS..이번엔 수신료 인상 성공하나
정부가 37년째 동결된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인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외부기관인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를 만든다. 그동안 KBS 수신료의 사용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수신료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이 컸는데,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신료를 산정하자는 취지에서다.
◇ 방통위, KBS 수신료 인상 재논의 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외부기관인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해 KBS 수신료 문제를 재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가 KBS가 직접 수신료 인상을 정하지 않고 외부기구가 수신료 인상을 건의하는 방식을 취해 수신료 인상에 대한 합당성과 정당성을 높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객관성을 갖춘 외부 기관이 공영방송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예산 구조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수신료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행 방송법을 보면 KBS의 수신료는 KBS 이사회가 심의해 의결한 후 방통위를 거쳐 국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지난 18대, 19대 국회에서 각각 매달 3500원, 4000원으로 높이는 수신료 인상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잇따라 폐기됐다. 현재 수신료는 2500원이다.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이나 방만 경영 문제로 지적을 받아온 KBS가 스스로 수신료 인상 폭을 결정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번번이 국회에서 제지를 받았다. 또, 수신료의 사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데다 방송법이 규정한 본연의 목적을 위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방송법(제44조)은 ‘KBS는 지역과 주변 여건에 관계없이 양질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BS의 난시청 해소 사업을 법적 의무로 명문화한 것이다. 난시청은 산이나 높은 건물 같은 장애물 때문에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TV 시청이 어려운 것을 말한다.
하지만, KBS는 방송법이 의무로 규정한 난시청 해소 사업에 수신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난시청 해소 사업에 쓰인 비용이 줄고 있는 데다 특히 2016년에는 징수한 총 수신료의 0.1%만이 난시청 해소 사업에 사용됐다.
◇ 난시청 해소 예산 5년만에 310억 감소…인건비는 171억 증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BS로부터 제줄받은 자료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KBS의 수신료 총액은 3조482억1600만원이었지만 난시청 해소 관련 예산은 수신료 총액의 2.1%인 637억2400만원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KBS는 매년 난시청 해소 예산을 줄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16년에는 6332억6500만원의 수신료를 받았지만 이중 0.1%인 8억9500만원의 비용만 난시청 해소 관련 예산으로 집행됐다.
난시청 해소 예산 축소 탓인지 2016년 KBS본사와 지역국에 접수된 난시청 민원도 전년 대비 2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난시청 민원은 658건이었지만 2016년에는 798건이 접수됐다.
난시청 해소 예산은 줄어든 반면 KBS의 인건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KBS가 국회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5146억원인 인건비가 2016년 5317억원으로 171억원 증가했다. 작년 감사원은 KBS가 2직급 이상 상위직급 직원이 2775명으로 전체 총원(4612명)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어 인건비 지출 규모가 크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KBS의 상위직급 비율은 시장형·준시장형 33개 공기업의 상위직급 비율 평균인 25.9% 보다 2배 넘게 높다.
상위직급 중 보직이 없는 비중도 높다. 2017년 KBS가 국회와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7월 기준 KBS의 2직급 이상 상위직급 2775명의 73.9%가 보직이 없다. 관리직급과 1직급의 경우 총원 386명 중 264명(68.4%)이 무보직자이고 2직급의 경우도 총원 2379명 중 1778명(74.7%)이 무보직자로 근무하고 있다. 복수의 방송업계 관계자는 “KBS는 상위직급을 과다하게 운영함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재정악화로 치닫고 있다”며 “수신료가 인상되더라도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될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변재일 의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KBS가 수신료 인상을 주장해 왔지만 본연의 의무인 난시청 지역 해소 사업을 등한시 한 점이 분명해 보인다”며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기에 앞서 본연의 의무에 충실해야 함은 물론이고, 아울러 고액연봉을 받는 상위직급이 60%를 차지하는 방만한 기관운영에 대한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10가구 중 9가구 유료방송 가입…“난시청 줄었지만 시청자 이중 부담만 가중”
KBS가 지난 5년간 난시청 해소 예산을 줄여왔지만 난시청 가구 수가 감소하는 기현상도 일어났다. KBS가 2017년 국정감사 때 국회에 제출한 난시청 가구 현황을 보면 2012년 난시청 가구수가 58만8128가구였지만 2016년에는 27만9182가구로 절반 정도 감소했다.
난시청 가구수가 줄어든 것은 유료방송 가입가구 확대와 관련이 있다. 2017년 7월 방통위가 발표한 ‘2016 방송매체 이용조사’ 자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3년 6월 발표한 ‘1인가구의 유료방송서비스 가입과 이용행태’ 보고서를 보면 2012년 82.8%인 유료방송 가입 가구 비율이 2017년에는 91.2%로 9% 가량 증가했다. 난시청에 불편을 느낀 시청자들이 KBS 수신료 2500원을 내면서 유료방송 수신료까지 이중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 중 절반 가량이 지상파 채널의 난시청을 이유로 가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난시청 가구가 감소한 것도 도서산간 지역에서 위성방송 같은 유료방송 가입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민주연합 국장은 “수신료는 국민의 시청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것이며, 방송사의 인건비 재원 마련이나 광고매출 감소를 우려해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수는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수신료 인상이 아닌 인하 논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KBS는 초고화질(UHD) 방송 시작 같은 미디어 환경 변화로 투자비가 증가하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포털업체와 종합편성채널의 성장으로 광고 매출이 줄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2012년 KBS의 광고매출은 6235억8300만원을 기록했지만 2016년에는 4207억원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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