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는 우리 비행기, 항공사 전체가 美제재 받을 수도

임민혁 기자 2018. 1. 3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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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남과 북]
北선수단 태우고 올 전세기, 정부 "1대만 제재대상" 밝혔지만
미국이 '포괄적 제재' 적용하면 해당 항공사 미주노선 운항 못해

"미국과의 조율이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될 것 같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9일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의 대북 제재 위반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과 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한·미 간 조율은 공동훈련 예정일 전날인 30일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문제가 된 부분은 우리 선수단이 정부가 마련한 아시아나항공 전세기편으로 북한에 들어가고, 이 비행기가 나올 때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선수단을 태워 온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대북 제재 행정명령(13810)에서 북한을 경유한 모든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착륙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애초에 "항공사를 제재하는 게 아니라 북한을 경유한 특정 비행기를 제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북한을 오갈 비행기는 소형 기종이기 때문에 어차피 미국 노선과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는 다양한 법안, 행정명령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행정명령 13810호만 갖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른 제재와 포괄적으로 연계할 경우 특정 비행편뿐 아니라 항공사 전체를 제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조항 등을 다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이 마식령스키장을 남북 공동훈련을 통해 국제 무대에 홍보하려는 의도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마식령스키장을 강제 노동과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 김정은 정권 우상화가 점철된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평창올림픽 미국 주관 방송사인 NBC 간판 앵커가 북한의 초청으로 마식령스키장에 들어가 방송을 하자 백악관은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전체주의적인 국가를 흥겨운 겨울 휴양지로 보이게 하는 어려운 일을 NBC가 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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