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지역 뉴스 우대" .. IT공룡들, 뉴스 평가도 하겠다?
뉴스 매체 신뢰도 측정까지 밝혀
급증하는 가짜뉴스 방지 취지
이용자 알권리 침해, 여론 왜곡 우려
최근 들어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권익 보호와 편리성을 제고시킨다는 명목하에 뉴스·미디어 관련 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급증하는 가짜 뉴스를 방지하고 이용자들에게 꼭 필요한 콘텐트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온라인 이용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여론을 오히려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겸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오늘부터 여러분들이 사는 지역이나 도시에서 만들어진 뉴스들을 더 많이 보여주기로 했다. 이는 품질과 신뢰도가 모두 높은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가짜 뉴스가 널리 유통된 책임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덴버 가디언’이라는 가짜 매체가 쓴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사건을 수사하던 연방수사국(FBI) 직원이 자살한 채 발견됐으나 타살이 의심된다’는 가짜 뉴스를 50만 명이 넘게 퍼날랐다.
페이스북은 올해 들어 뉴스피드 정책들을 연이어 대대적으로 바꾸는 중이다. 저커버그는 11일 “뉴스피드를 기업과 언론매체에서 가족과 친구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지인들과 소식을 주고받아야 할 공간에서 신뢰가 떨어지는 뉴스와 광고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20일에는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해서 뉴스 매체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개별 언론사들에 대한 신뢰도를 묻고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조용범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도 26일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언론 매체에 대한 신뢰도 평가는 한국에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신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이를 “뉴스 콘텐트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해온 페이스북이 내부적으로 ‘집단 지성을 통해 뉴스 신뢰도를 평가하는 것이 도움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플랫폼 강자 구글은 이용자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구글이 26일 미국 내쉬빌·오클랜드 2곳에서 시범 출시한 ‘불레틴’(단신 뉴스) 애플리케이션은 시민들이 직접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기사를 쓸 수 있게 돕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뉴스 재배치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기반의 뉴스 정책을 연거푸 도입 중이다. 유사 뉴스를 묶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연내엔 AI가 모든 뉴스를 스스로 배치하는 시스템도 도입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IT 기업들의 이 같은 실험이 뉴스 신뢰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뉴스 소비의 다양성과 가독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온라인 매체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직업적 전문성이 결여된 일반 시민이 뉴스를 제작·확산하는 것이 페이스북·구글 등이 직면한 가짜뉴스 파동에 대한 적절한 대응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는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뉴스를 평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월권적”이라며 “이보다는 가짜뉴스가 실제로 유통됐을 때 어떤 식으로 긴급히 조치를 취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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