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첫날 '조용'..은행도 거래소도 "평소대로"

전상희 2018. 1. 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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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없이 실명 전환 마칠까.."신규 투자, 사실상 불가능" 불만도
은행권 "기존 고객들, 이미 계좌 개설 마친 경우 다수"
거래소 측 "큰 혼란 없어. 기존 고객들의 실명 전환에 일주일 걸릴 듯"
가상화폐(암호화폐) 실명제 시행 첫날인 30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판. (사진=전상희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전상희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실명제 시행 첫날인 30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비롯해 은행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신규 계좌 발급이 사실상 막혀 있는 데다 기존 고객은 실명제 도입을 이미 숙지해 사전에 계좌를 미리 만들어놓는 등 큰 혼란 없이 실명 전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자의 유입이 없는 상태에서 비트코인 등 대부분의 가상화폐 시세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NH농협·IBK기업·신한은행, 창구 한산…“평소와 다름없어”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NH농협·IBK기업·신한은행의 영업점 창구는 이날 오전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를 보였다.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으로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투자금을 입금하려면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같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하지만 각 은행 영업점마다 신규 계좌 발급을 문의하는 고객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각 은행 측은 이날 오전 분위기를 “평소와 다름없다”고 전했다.

빗썸과 코인원의 주거래 은행인 NH농협은행 역시 이날 조용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 중구 명동점의 한 직원은 “가상화폐 거래용 계좌 개설을 하러 오는 고객은 아직 없었다”며 “소득 증빙 자료 제출 등 은행 계좌 개설 자체가 까다로워 계좌개설을 하기 위해 오더라도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명동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원과 상담하고 있다. (사진=전상희 기자)
업비트의 주거래 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서울 중구 본점에는 이날 오전 한 시간에 약 20명의 고객이 다녀가는 동안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한두 명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가상화폐 거래 목적은 아니었다. 간간이 가상화폐 거래 문의를 위해 창구를 찾는 고객들도 보였다. 이달 중순 업비트와 빗썸에 차례로 가입한 최규백(64)씨는 “기존 계좌의 인터넷뱅킹 기능이 상당 기간 미거래로 중단돼 이를 살리려 왔다”며 “해당 거래소에서 기존 고객부터 가상 계좌를 부여한다니 며칠을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금융권에 종사한 최씨는 “주변 성화에 호기심에 가입했다. 100만원 수준에서 소일거리 삼아 뒤늦게 투자해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1층 영업부 창구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빗썸과 코인원과 계약을 맺은 신한은행에서는 가상화폐 거래 고객을 위한 계좌 개설 안내문을 준비해 일부 창구에 비치해두는 등 고객 혼잡을 대비했지만 안내문을 가져가는 고객조차 없을 정도로 관심은 저조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명동지점의 한 직원은 “영업점 창구에서 가상화폐 실명제 도입과 관련해 문의한 고객은 한 명도 없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은행이 제작해 가상화폐 거래용 계좌 개설 고객에게 배부 중인 안내문 (사진=이데일리 DB)
◇가상화폐 거래소 “기존 고객들 실명제 숙지한 상태, 큰 혼란 없다”

가상화폐 거래소 역시 조용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빗썸 거래소에는 이날 오전 한 시간 동안 다섯명 안팎의 고객들이 드나들었다. 이 가운데에는 은행 계좌를 개설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있었다. 이날 오전 친구와 함께 빗썸 거래소를 찾은 한 40대 중국인 고객은 “친구가 가상화폐 투자를 해서 관심이 생겼는데 30일부터는 신규 거래가 가능할 줄 알고 찾아왔다”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외국인이라 은행 계좌가 없어 거래는 하지 못하더라. 우선 거래소 가입만 했다”고 아쉬워했다.

빗썸 거래소 직원은 “신규 계좌 발급이 어려워진 이후로 거래소 방문 고객은 크게 준 상태다. 오늘도 평소와 같이 조용하다. 중장년 고객들만 종종 찾아 문의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빗썸 관계자는 “비대면 고객센터는 하루 평균 상담건수가 1만~2만건 수준인데 이날 오전의 경우 문의가 평소보다 늘었지만 혼잡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나 코인원 등 다른 거래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실명 전환하려는 고객들이 크게 몰리는 수준은 아니다. 기존 고객들이 전환하는 데 한 일주일 정도 걸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첫날 은행 창구나 거래소에 혼란이 적은 이유로 관련 정부 발표가 이어져 미리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체감상 오늘보다 지난주와 어제 방문한 고객이 더 많은 듯하다”며 “초단타 거래가 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로서는 발 빠르게 계좌 개설을 끝내고 오늘은 거래소와 연계시키는 작업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미성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개 은행 중 한 곳에 이미 계좌를 가진 고객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선 행원 입장에서는 실명제 이전과 이후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고객센터의 혼잡을 다소 우려했으나 예상과 다르게 평소와 비슷한 정도”라며 “거래소에서 사전에 기존 고객들에게 충분히 해당 제도 변화를 알렸고 고객들도 잘 알고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영업점을 방문하기보다 비대면 계좌 개설을 이용하는 투자자가 더 많았을 가능성도 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빗썸 거래소에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전상희 기자)

전상희 (jeons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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