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흉기' 죽음 부르는 화물차 불법 야간주차

전북CBS 김민성 기자 2018. 1. 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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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어둑한 시간, 갓길에 주차된 대형 화물차는 '도로 위의 흉기'나 다름없다.

불법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더라도 사고 책임은 되레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화물차 불법밤샘주차와 관련된 정책들은 많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에서 지속적인 실태 점검과 개선조치가 지속돼야 정책의 실효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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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전 5시께 전북 남원시 한 도로에서 이모(28) 씨가 몰던 승용차가 불법주차돼 있던 25t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전복돼 있다. 사진 왼편에 사고를 당한 트레일러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제공)
#1 지난 28일 오전 5시께 전북 남원시 한 아파트 인근 대로변에서 이모(20) 씨가 몰던 승용차가 불법 주차된 25t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차량이 뒤집어졌고, 머리 등을 크게 다친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2 지난해 7월 14일 새벽 2시 30분께 경기 파주시 자유로 하행선 성동 나들목(IC) 진입 구간에서 김모(52) 씨가 몰던 자동차가 갓길에 주차된 10t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김 씨와 일가족 두 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날이 어둑한 시간, 갓길에 주차된 대형 화물차는 '도로 위의 흉기'나 다름없다. 시야에 느닷없이 들어오는 까닭에 피할 겨를도 없이 변을 당하는 운전자들이 부지기수다. 해마다 불법주차 차량과 관련된 교통사고 사망자 수만 200여 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화물차는 차고지나 화물자동차 휴게소·터미널,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 시설·장소에서만 밤샘주차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물차 불법 밤샘주차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화물차 등 불법 밤샘주차 적발 건수는 총 38,727대로, 2016년 상반기 28,069대와 비교해 38% 가까이 증가했다.

처벌 규정이 있는데도 화물차 불법 주차가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균 20만 원에 불과한 과징금을 화물차주들이 크게 부담스러워 하지 않아서다.

단속 주체인 지자체가 인력난 등으로 인해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28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남원시의 경우 화물차 불법 밤샘주차 단속은 지난 17일에 멈춰서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은 단속하려고 노력하지만 가용인력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화물차주들은 공영차고지 등 합법적인 주차공간이 대체로 외딴 곳에 있거나 심지어 아예 없는 지역도 있어 주차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북화물차운송사업협회 한 관계자는 "법을 지키고 싶지만 주거지역과 주차장 사이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주만 해도 화물공영차고지가 없기 때문에 일부 화물차주들이 아파트 단지 근처 등 공터에 차를 대는 실정이다"고 귀띔했다.

남원시는 48억 원 가량을 투입해 화물차 2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생화물공영차고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식 개장을 앞두고 무료로 운영하는데도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전언이다.

현실과 제도의 간극 사이에서 피해는 애꿎은 운전자들의 몫이다. 불법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더라도 사고 책임은 되레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경찰 관계자는 "주차는 차량의 운행, 즉 '교통'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설령 불법주차된 차량이라 할지라도 이를 들이받은 운전자가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자체의 꾸준한 단속‧처벌 강화와 더불어 화물차주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화물차 불법밤샘주차와 관련된 정책들은 많지만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에서 지속적인 실태 점검과 개선조치가 지속돼야 정책의 실효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또 "야간에는 가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주차된 차량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명피해라 점을 화물차주들이 감안해 법을 준수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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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민성 기자] whalesh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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