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수리에 50만원?..강추위 틈탄 바가지 극심

김봉수 2018. 1.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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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틈을 타 일부 보일러 설비업체들의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팀기를 동원해 보일러 배관을 녹여주는 설비업체들은 요즘 최소 20~40만원의 고액을 고객들에게 받고 있다.

설비업자는 다른 데 일을 다 처리하고 오후 늦게야 일꾼들을 보내왔고, 이때는 이미 A씨가 인터넷을 뒤져 알아 낸 해빙 방법을 동원해 보일러 배관을 녹인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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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러 점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영하 10도 이하의 추운 날씨가 계속되는 틈을 타 일부 보일러 설비업체들의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배관 해빙 수리 요청이 쇄도하자 요금을 평소보다 10배 가까이 오른 40만~50만원까지 받고 있다. 보일러 회사ㆍ관할 지방자치단체 등도 손을 놓고 있어 입주자 지원에 나선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만 죽을 맛이다.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이후 한낮 최고 기온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단독 주택은 물론 아파트 단지에서도 수도계량기 동파ㆍ보일러 배관 동결 사고가 잇따랐다. 수도계량기 동파의 경우 시 관리 대상은 무료이고, 아파트 단지 등 개인들이 관리하는 경우에도 2만원 안팎의 소액이 들어가 서민들의 부담이 없다. 그런데 수도관 못지 않게 시급한 보일러 배관 해빙 작업에선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려 서민들을 울리고 있다.

스팀기를 동원해 보일러 배관을 녹여주는 설비업체들은 요즘 최소 20~40만원의 고액을 고객들에게 받고 있다. 평상시 5만원 정도의 요금이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10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시중에 판매 중인 새 보일러 가격과 맞먹는다. 스팀기로 배관을 녹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도 있지만 짧으면 5~10분, 길어야 30분 정도만 작업해도 녹일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엔 5만원 이하를 받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낮에도 영하10도를 밑도는 혹한이 계속되면서 일거리가 몰려 하루에 기본 10곳 이상을 뛰다 보니 '배짱 요금'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평균 40만원대, 강북 지역은 평균 20만~30만원대 등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다.

실제 서울의 한 시설 관리자 A씨(40)는 지난 주말 보일러 배관이 얼어 온수는 물론 난방도 안 돼 지인의 소개를 받아 설비업자를 불렀다가 바가지를 썼다. 처음부터 "너무 일이 밀려 한참 기다려야 된다"며 50만원을 부르길래 깜짝 놀라 깎고 깎은 끝에 40만원으로 합의해 돈을 먼저 송금해 준 게 실수였다. 설비업자는 다른 데 일을 다 처리하고 오후 늦게야 일꾼들을 보내왔고, 이때는 이미 A씨가 인터넷을 뒤져 알아 낸 해빙 방법을 동원해 보일러 배관을 녹인 뒤였다. 화가 난 A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업자는 "직원들 출장비에 기회 비용도 있지 않냐"며 배짱을 부렸다.

이처럼 강추위를 틈탄 바가지 상혼에도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은 손을 놓고 있다. 수도권 한 자치구 관계자는 "보일러 배관 해빙 작업은 용역이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과 소비자간의 합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수요가 몰리면 값이 뛸 수 밖에 없다"며 "별도로 물가 관리 차원에서 자치구가 개입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있다. 불만이 있으면 민사 소송을 제기하라"고 말했다. 보일러 제조업체들도 소비자들의 AS 요구를 외면한다. K사 AS 센터 관계자는 "배관 동결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녹인 다음에도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을 경우에만 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덕분에 바빠진 것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다. 지난 주말 단지내 수십가구의 보일러 배관을 녹이느라 바빴던 인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민원이 쏟아져 들어와 주말 내내 아침부터 하루 종일 보일러 배관 녹이는 작업만 했다"며 "수돗물을 온수쪽으로 살짝 틀어 놓으라고 신신 당부를 해도 말을 안 듣는 가구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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