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에 머리카락 기부한 '켄싱턴 사는 한 여성' 알고보니..英왕세손빈 미들턴
미들턴 이름 안 밝히고 기부 뒤늦게 드러나
항상 긴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던 미들턴은 지난해 태어나서 가장 짧게 머리를 잘랐다. 계기는 미들턴의 머리 커트를 담당하는 조 호일러가 “슬슬 머리를 자를 타이밍인 것 같다. 좀 많이 길어졌다”고 제안하면서다. 미들턴은 켄싱턴궁에서 7인치(17.5㎝)를 커트했는데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로 ‘리틀 프린세스 트러스트(Little Princess Trust)’. 커트를 마친 미들턴은 측근에게 부탁해 바닥에 흩어진 머리를 모아 가발을 만드는 단체에 보냈다.
'리틀 프린세스 트러스트'는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진 환아를 위해 사람의 실제 머리로 가발을 만들어 선물하는 시민단체다. 2006년 5살 된 딸을 암으로 잃은 부모가 설립했다. 당시 머리카락을 잃은 딸을 위해 가발을 알아봤으나 좋은 품질의 가발을 찾지 못했다. 수소문 끝에 한 업체를 찾아 사람의 실제 머리카락으로 딸의 가발을 만들어 줬는데, 의기소침했던 딸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들은 딸이 죽은 뒤 추억을 더듬다 단체를 조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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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들턴은 커트한 머리카락을 단체에 보내면서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을 사용했다. 대중에 공개되는 것을 꺼려 단체에도 ‘켄싱턴 지역에 사는 한 여성’의 명의로 기부했다. 통상 머리카락을 보내올 때 기부자는 자신의 정보를 적어 머리카락과 함께 동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익명의 경우에도 그대로 받는다고 한다.
리틀 프린세스 트러스트의 한 관계자는 “미들턴 왕세손빈이 자신이 노출되는 걸 원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수 해리 스타일스(24)가 몇년 전 머리카락을 기부했을 때 큰 화제가 된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머리카락을 기부해 더욱 유명해진 영국의 연예인은 가수 해리 스타일스다. 그는 2016년 자신의 상징과 같았던 곱슬머리를 커트해 기부했다. 당시 커트한 댕기머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리틀 프린세스 트러스트’ 태그(#)를 붙여 관심을 끌었다.
한편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를 직접 운전해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등교시키고 있는 미들턴은 오는 5월 셋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지난 16일 잉글랜드에서 열린 공식행사 도중 거리에서 남편인 윌리엄 왕세손과 자신을 기다리다 지친 한 초등학생에게 달려가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추위에 떨고 있는 10살 된 남자아이 앞에 무릎을 굽히고 살피던 미들턴은 그가 토할 것 같다고 판단, 경호원이 갖고 있던 종이봉지를 들고 아이 등을 도닥였다고 한다. 아이 부모는 한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가능했던 행동이었다. 미들턴 왕세손빈의 따뜻한 배려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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