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전 속 '남예멘 부활' 내분까지 혼란 소용돌이

2018. 1. 2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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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UAE 사이 미묘한 균열 분석도
예멘 남부 분리주의파의 반정부 시위[로이터=연합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3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으로 나라 전체가 파탄 지경인 예멘에서 남예멘 부활 세력이 독립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예멘 내전의 전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이란과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로 크게 그어졌으나 여기에 남예멘 분리주의파가 가세해 더 복잡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남예멘 부활을 원하는 분리주의 세력은 28일 정부군과 전투 끝에 임시 수도 아덴의 정부 청사를 점령했으며 29일 병력을 증파했다.

자신에 우호적이었던 분리주의파의 무력 행위에 당황한 예멘 정부는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하면서 교전 중지를 요청했다.

이에 분리주의파 지도급 인사 자이드 알자말은 "우리의 봉기는 예멘 정부가 전복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남예멘 분리주의 세력은 현재 '아이다루스 알주바이디(50)가 의장인 남부 과도위원회'(STC, 작년 5월 수립)로 대표된다.

이들은 내전 국면에서 예멘 정부 편에서 반군에 함께 맞섰다.

남부 분리주의파는 예멘 정부와 협조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압드라부 마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남부 아브얀 출신인데다, 북부를 근거지로 한 반군에 대한 적대가 더 컸다.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뒤 예멘 정부가 임시 수도로 삼은 남부 아덴까지 밀고 내려오자 이들을 막아낸 주축이 남부 분리주의파다.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와 마찬가지로 STC는 내전에서 세운 전공을 발판삼아 1990년 통일로 사라진 남예멘의 부활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내전이 길어지고 예멘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자 내전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선제로 독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TC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아덴에서 남예멘 부활 집회를 조직하고 독립 찬반 투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예멘 정부는 STC 설립 직후 아덴 주지사였던 알주바이디를 해임했고, 대립은 표면화했다.

남부 분리주의파의 집회[EPA=연합뉴스자료사진]

이번 '내분'을 둘러싸고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미묘한 균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예멘 정부는 사우디가, STC는 UAE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UAE는 걸프 지역에서도 사우디의 정책에 가장 충실하지만 사우디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틀 안에서 나름대로 중동 내 분쟁에서 독자적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UAE의 STC 지원에 하디 대통령이 지난해 2월 "UAE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무력 충돌에서도 예멘 정부는 UAE의 적절한 조처를 촉구했다.

일부 중동 분석가는 UAE가 어차피 내전 뒤 분리될 예멘 남부에 투자를 집중해 이곳을 통치할 정치 세력을 도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해석한다.

예멘 남부를 포섭하면 원유 수송로이자 수에즈 운하와 직통하는 홍해 입구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UAE는 예멘뿐 아니라 리비아,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이집트 등에 군사·경제적으로 개입하면서 걸프의 '소국'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역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남부 분리주의파 지도자 알주바이디[EPA=연합뉴스자료사진]

남부 분리주의파의 근원은 1967년 영국 식민지배를 물리치고 남예멘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90년 남북 예멘이 정치적 합의로 통일되지만 북예멘 중심의 기득권에 반발해 1994년 남북으로 갈라져 내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남측이 패하고 북예멘이 주도하는 알리 압둘라 살레의 장기 집권 체제가 된다.

예멘은 남쪽이 지하자원이 풍부한데 남예멘 지역에선 이런 자원을 옛 북예멘 세력이 중심이 된 예멘 정부가 수탈하고 남쪽 출신을 차별한다는 박탈감이 여전하다.

이런 지역적 소외감을 원심력으로 2007년 '남부 운동'이라는 정치 세력을 형성해 자신의 권익과 평등한 권력 분점, 남부의 자치권을 요구했다.

통일됐지만 30년 가까이 분단됐던 동안 잉태된 남북 간 이질감과 차별을 극복하지 못한 정치적 실패가 오늘까지 이어진 셈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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