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사려는 손님들만 오시네요"..적막 휩싸인 밀양

이관주 2018. 1. 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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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 인구 11만명의 소도시 밀양이 침묵에 휩싸였다.

지난 일요일(28일) 오후 밀양 시내는 주말임에도 한산했다.

밀양시 내일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현성(31)씨는 "손님은 거의 없고 그나마 오는 경우도 장례식장에 입고 갈 검은색 옷을 찾았다"며 "친구 회사에는 이번 참사로 친척을 잃은 사람이 네 명이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야채가게 주인은 손님에게 물건을 건네며 "대구에서도 불이 났다고 하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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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밀양)=이관주 기자, 김지희 수습기자, 조한울 수습기자]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 인구 11만명의 소도시 밀양이 침묵에 휩싸였다. 한 다리만 건너도 다 아는 사람들. 추모 분위기 속 적막한 도심과 전통시장에는 '검은 옷'을 사려는 주민들이 간간히 오가는 모습이었다.

28일 오후 밀양아리랑시장이 주말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지희 수습기자)

지난 일요일(28일) 오후 밀양 시내는 주말임에도 한산했다.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참사에 주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밀양시 내일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현성(31)씨는 "손님은 거의 없고 그나마 오는 경우도 장례식장에 입고 갈 검은색 옷을 찾았다"며 "친구 회사에는 이번 참사로 친척을 잃은 사람이 네 명이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성현(20)씨는 "평소 주말보다 손님이 확실히 줄었다"며 "합동분향소 앞은 특히 분위기가 무겁다"고 전했다.

술집과 노래방이 밀집한 삼문동은 인적조차 드물었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오창은(58)씨는 "고령 손님과 단체손님들의 발길은 뚝 끊겼다"며 "공무원 손님들은 참사 이후 아무도 오질 않았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일하는 이수지(19)씨도 "손님이 평소 주말의 절반 정도만 왔다"고 했다.

28일 오후 한적한 밀양시내. (사진=조한울 수습기자)

밀양의 대표적 전통시장인 밀양시장도 침체된 분위기였다.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번 화재에서 희생된 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을 보러온 손님과 상인들 사이에서도 세종병원 화재는 단연 화두였다. 한 야채가게 주인은 손님에게 물건을 건네며 "대구에서도 불이 났다고 하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삼오오 모여 시장을 찾던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밀양시장은 고려시대 유적이자 보물 147호로 지정된 인근 영남루를 찾는 관광객들이 들르던 코스로 주말이면 항상 붐볐던 곳이다. 시장 안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배모(57)씨는 "주말에는 영남루를 보러 버스가 20대씩 오곤 했다"면서 "참사의 여파인지 몰라도 손님이 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40년 동안 밀양시장에서 야채 팔았다는 김모(67)씨는 "밀양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지만 대통령이 이곳에 내려올 정도의 큰 사고는 처음"이라며 "직접 현장에 가서 피해자들을 돕지는 못하지만 사고 소식을 들은 이후 마음이 무겁고 시장 사람들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경남)=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지희 수습기자 ways@asiae.co.kr
조한울 수습기자 hanul0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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