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월 소주, 롯데 초코파이 .. 해외선 '내가 제일 잘 나가'

함종선 2018. 1.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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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인기 끄는 B급 한국 제품들
3년 전 국내선 단종된 경월 소주
일본선 전국 2위, 한국산 중 1위
롯데 초코파이 인도서 점유율 90%
러시아선 팔도라면이 베스트셀러
오리온 오! 감자, 중국서 '스낵 한류'
현지인 입맛 맞춘 레시피전략 주효
경월 소주는 일본 여배우 이시하라 사토미를 광고모델로 기용해 TV광고 등을 하고 있다. [사진 각 업체]
강원 지역 소주인 ‘경월 소주’는 1973년 시행된 자도주 구입제도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 이 제도는 도별로 하나의 소주 업체만 허용하고, 또 지역 주류업자는 지역 소주를 50% 이상 사야만 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1996년 이 제도의 위헌 결정 이후 경월은 국내 소비자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그러다 3년 전 국내 판매가 중단됐다.

하지만 경월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았다. 일본으로 건너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경월은 최근 일본 전체 소주 시장에서 일본 타카라 소주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 중이다. 시장 마케팅 전문업체 인테지가 단일 브랜드 소주의 지난해 1~9월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다.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한국 소주 중에서는 경월이 60% 이상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 1위다.

이렇게 국내 시장에서는 고전했지만, 해외 특정 국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식품과 주류가 늘고 있다.

인도에서 롯데 초코파이는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 각 업체]
인도에서 국민 초코파이로 불리는 ‘롯데 초코파이’도 같은 경우다. 인도에서 팔리는 초코파이 중 롯데의 시장 점유율은 90%로, 지난해 롯데제과는 인도에서 초코파이 매출로만 1000억원 이상을 올렸다. 국내 초코파이 시장에서는 오리온이 1000억원, 롯데가 200억원 가량의 연간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팔도라면이 ‘국민라면’이다. [사진 각 업체]
러시아에서는 팔도라면이 러시아 전체 라면시장을 장악했다. 특히 팔도라면의 컵라면인 ‘도시락’의 인기가 아주 높아, 러시아인들이 라면이란 식품을 ‘도시락’이라 부를 정도다. 현재 일반 봉지라면과 컵라면을 합해 러시아 전체 라면시장 1위는 팔도이고, 특히 컵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팔도라면이 시장점유율 4위에 불과하다.
‘오!감자’는 중국의 인기 스낵으로 자리잡았다. [사진 각 업체]
오리온의 감자스낵 ‘오!감자’는 생감자칩 이외의 감자 스낵류에서 중국 시장 점유율 1위(2016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포카칩 등에 밀려있는 상태이지만 중국에서는 지존인 셈이다. 이 제품의 중국 판매량은 한국보다 6배 이상 많다.

제품별로 특정 나라에 진출하게 된 이유는 다르다. 팔도 한창민 마케팅 담당은 “팔도 도시락의 경우 1990년대 초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배 선원들과 보따리상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러시아와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원형이나 컵 형태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러시아 선원들이 배에서 먹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고,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에도 편했다. 또한 팔도 도시락의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도 비슷했다. 러시아에서 인기를 감지한 팔도는 1997년 현지 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발을 들였다. 현재 현지 공장에서 8종의 용기 라면과 3종의 일반 라면을 생산하며 연 매출액이 2억 달러(약 2100억원)를 넘고 있다.

인도의 롯데 초코파이는 롯데제과가 계획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롯데는 인도 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2004년 현지 제과회사 패리스를 인수하며 인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2010년에는 첸나이, 2014년에는 델리에 초코파이 공장을 건설했다. 13억에 육박하는 인구와 매년 6~7%에 이르는 높은 경제 성장률이 인도시장의 매력이다.

특정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한국 제품의 공통점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다르게 하는 등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롯데지주 홍보팀 강성두 수석은 “처음에는 국내용 초코파이를 수출했지만, 인도 소비자들을 위해 채식주의자용 식물성 초코파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팔도 도시락은 마요네즈를 고추장처럼 즐겨 먹는 러시아인을 위해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을 만들어 내놨다. 오!감자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 국내에는 없는 토마토 맛·스테이크 맛·치킨 맛 등을 개발해 현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지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경월은 ‘거울에 비친 달’이란 제품명의 이미지를 일본 소비자에게 부각했다. ‘소주잔에 비친 달’, ‘연인의 눈동자의 비친 달 ’등의 시구를 통해 은유적 표현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눈길을 끈 것이다.

이처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기를 펴는 한국 식품과 주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식품·주류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신동빈 회장의 경우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현지 투자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월소주를 생산하는 롯데주류의 이종훈 대표는 “일본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신제품을 지속해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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