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문대생 채용 위해 합격권 떨어뜨린 은행들
[경향신문] 금융감독원이 KB국민, 신한, KEB하나 등 11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점검 결과 5곳에서 22건의 비리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총 14곳 중 특혜채용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우리은행과 내부통제절차를 구축 중인 씨티은행, SC제일은행은 제외됐다.
점검 결과는 충격적이다. ㄱ은행 최고경영진의 친·인척은 서류·실무에서 최하위권의 점수를 받았지만 임직원 면접 시 최고 등급을 받아 합격했다. 이 은행의 사외이사 자녀는 서류전형에서 꼴찌였는데도 합격자수를 늘리는 방식에 편승해 최종 합격 처리됐다. ㄴ은행 인사담당 임원은 자녀의 임원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했다. 아버지가 자녀의 면접을 봤으니 결과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상상하기도 싫은 반칙과 몰염치이다.
명문대가 아니라는 이유로 합격권에 든 수도권 대학 출신자를 불합격시킨 곳도 있었다. ㄷ은행은 임원 면접을 통해 불합격 대상이던 명문대 출신 지원자 7명의 면접점수를 임의로 올려 합격 처리했다. 이 때문에 희생양이 된 이들은 수도권 등 다른 대학 출신자 7명이었다. 은행은 이들의 면접점수를 낮춰 불합격 처리했다. 수도권 대학이 이 정도면 다른 지방대 출신자의 피해는 어땠을지 짐작할 만하다. 겉으로는 능력을 얘기하면서도 학벌을 따지는 저급한 인식에 어처구니가 없다. 더구나 은행들은 금감원 조사에 앞서 자체 점검결과 부정채용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참으로 뻔뻔한 거짓말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금감원조차도 전직 고위간부의 부탁을 받고 합격자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부정채용한 게 감사원 조사에서 확인된 상황이다. 윗물, 아랫물 가릴 것 없이 금융권 전체가 썩은 셈이다.
때맞춰 정부는 29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관계부처 합동발표회를 연다. 지난해 말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중간발표에 이은 후속 조치이다. 당시 조사에서 공공기관들은 지역 유력인사나 기관장, 정치인 자녀 등을 특혜 선발하려고 성적조작은 기본이고, 불합격자가 합격될 때까지 선발 조건을 바꾸는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채용비리가 기회 균등의 원칙을 훼손하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땀과 희망을 배신하면서 가슴에 대못 박는 행위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누가 공정하다고 말하겠는가. 정부는 채용비리 점검을 공정경쟁 사회로 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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