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계좌 만들어 주세요"..30일부턴 "안 돼요"

김병수 기자 2018. 1. 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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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실명확인 시작..은행 창구 혼란 불가피
신규 계좌 사실상 불가..중소 사이트 존폐 위기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를 이틀 앞둔 28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암호화폐 거래소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암호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30일부터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실시한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거래자의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가 동일한 은행일 때에만 입출금이 가능하다. 2018.1.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병수 기자 = 30일부터 암호화폐 투자자에 대한 실명확인 절차가 시작된다. 300만명으로 추정하는 거래자가 일시에 은행 창구로 몰리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실명확인 절차는 상당히 까다롭다.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나 학생은 계좌 개설 자체가 어렵다.

기존 거래자들도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측의 실명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미 예고한 실명제지만, 대형 사이트들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실명확인 작업이 이뤄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일명 벌집 계좌를 활용해온 중소형 거래 사이트는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 까다로운 실명확인…은행 창구 혼잡 불가피

실명확인의 가장 큰 원칙은 거래 사이트 측의 법인계좌 은행과 거래자의 계좌 개설 은행이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거래자들도 거래 사이트 측의 실명확인 작업을 마쳐야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입·출금을 할 수 있다. 기존 거래자들의 경우 입·출금 계좌를 등록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입금은 안 되고 출금은 기존 출금계좌로만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4단계로 이뤄진다. (1) 고객은 거래하는 사이트 측의 거래은행에 가서 본인 계좌의 실명확인을 요청한다. (2) 은행은 실명 계좌임을 확인하고 거래 사이트 측에 거래자의 계좌 등록을 요청한다. (3) 거래 사이트 측은 거래자 본인 여부를 다시 확인한다. 이 과정에 주민등록번호와 성별, 본인 실명 계좌번호 등을 요구한다. (4) 거래 사이트 측은 해당 계좌를 등록하고 은행에 이를 확인한 후 가상계좌를 발급한다.

이 작업이 모두 끝나야 실명 거래 확인이 끝난 것이다. 이 작업은 전산 시스템으로 이뤄지지만, 은행과 거래소 측에 고객이 몰리면 얼마나 지연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암호화폐 거래가 24시간 이뤄지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기존 거래자들이 30일부터 일시에 은행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현재 주요 거래 사이트의 거래 은행은 ▲빗썸-농협은행 신한은행 ▲코인원-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업비트-기업은행 등이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신규 계좌 개설 사실상 불가

암호화폐에 처음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 까다로운 실명확인을 거쳐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에 법인계좌를 열어준 6개 은행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신규 개설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이다. 대형 은행들이 모두 여기에 줄을 섰다.

거래 사이트의 법인계좌 은행에 본인의 계좌가 없는 경우 해당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해야 하는데, '고객이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 은행은 계좌 개설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신규 계좌 개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금융당국은 신규 계좌 개설은 은행의 일반적인 과정을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통장(계좌)이 암호화폐의 대포통장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한 상태다. 이로 인해 은행들은 계좌 개설 시 소득 증빙을 반드시 확인할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소득 증빙이 어려운 주부나 학생, 취업준비생 등은 계좌개설(실명확인)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런 소득 증빙 확인 강화는 당분간 정상적인 거래를 위한 통장 개설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어 은행 이용자들의 불편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적금을 들면서 계좌를 만들고 한 달 정도 뒤에 적금을 해지한 후 일반 계좌로 전환하는 방법 등의 계좌 개설 우회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 벌집 계좌 이용 중소 거래 사이트 존폐 위기로

현재 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발급받아 거래하는 사이트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에 불과하다. 60~70개 이른다는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대부분이 일명 벌집 계좌를 이용했다고 감독 당국은 밝히고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들 중소 사이트들은 은행에 가상계좌 발급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이미 금융당국은 벌집 계좌를 사실상 유사수신으로 규정했다. 유사수신 자체가 불법인데 이미 불법을 저지른 이들 거래 사이트들에 가상계좌를 열어주기는 어렵다는 게 은행들의 판단이다. 결국, 기존에 가상계좌를 이용한 4곳만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대형 4~5개 외의 거래 사이트들은 암호화폐 거래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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