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강산 행사에 경유 가져갈듯..대북 제재 위반 논란

양승식 기자 2018. 1. 2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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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다음 달 초 금강산에서 개최하는 합동문화행사에 경유 등 정유 제품 반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북한의 전력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지만, “국제적 대북 제재 흐름에 반(反) 하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측에 문화행사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책임져달라 했지만, ‘남측이 지은 시설이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결국 전력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인 다음 달 4일 북측 금강산 지역에서 진행될 합동문화행사는 ‘금강산문화회관’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 문화회관은 과거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시절 사용했던 발전기로 가동되는데, 발전기에는 경유가 연료로 사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전력수급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금강산문화회관이 있는 지역까지 전력을 끌어다 쓰기 어렵다”며 “사람이 상주하는데도 아니어서 더더욱 그런것 같다”고 했다. 과거 금강산에서 이상가족 상봉행사를 했을 때도 우리 측이 경유를 들고 가서 경유 발전기를 가동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엔 등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정유제품 제재를 시행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독자제재와 유엔 제재 등이 있어 정유 제품을 북한으로 가져가는 것이 과거보다 상당히 까다로워졌다”고 했다.

작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정유 제품의 대북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로 한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연초라서 금강산 행사 때문에 북한에 경유를 가져가더라도 유엔제재 상한선엔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에 필요한 경유는 약 1만L(약 63배럴)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의 독자제재는 더욱 강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8월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법’에 따라 대북 정유제품의 이전을 전면 금지했다.

우리가 미국의 독자제재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동맹국의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정유제품을 반입했다가 한미 간 불협화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최근 밝혀진 북한과 중국 간 공해상 유류(油類) 밀매에 대한 보복으로 무역 전쟁 등 후속 강경 조치를 시사했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공연에 필요한 연료이며, 사용하고 남은 것은 당연히 가져올 계획”이라며 “그렇지만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미국 측과 사전에 긴밀하게 논의한 뒤에 반출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권 관계자는 “무리한 대북 행사를 진행하며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어기려 하고 있다”며 “아슬아슬한 줄타기 식으로 국제 공조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동맹국과의 신뢰에도 금이 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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