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어, 사랑해 엄마"..밀양화재 희생자 첫 발인

권혜정 기자,최동현 기자 2018. 1. 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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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오열 속 밀양 화재 희생자 2명 발인
장례식장 부족..한동안 장례식 이어질 듯
28일 오전 경남 밀양시 농협장례식장에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희생자 故 박이선(96)씨의 발인식이 진행되고 있다. 2018.1.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밀양=뉴스1) 권혜정 기자,최동현 기자 = "사랑해 엄마…"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희생자 38명 중 첫 발인이 참사 사흘 만인 28일 치러졌다.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어스름한 새벽,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고(故) 박이선씨(96·여)의 빈소가 차려진 밀양농협장례식장 VIP실에 꺼졌던 불이 커졌다. 고인은 폐가 좋지 않아 3주 전부터 치료를 받기 위해 세종병원에 입원했다 화를 당했다. 상태가 호전돼 사고 당일 퇴원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다.

발인 시간이 다가오자 유족들은 빈소에 둘러 앉아 저마다 고인에 대한 기억을 꺼내 놓으며 명복을 빌었다. 발인제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던 유족들은 검은색 상복을 정갈하게 다듬고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준비를 마쳤다.

오전 7시30분쯤 발인제가 시작되자 빈소 안에서는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와 함께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약 10분간의 발인제가 끝나고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앞세운 채 운구차까지 긴 행렬을 이어갔다. 영정사진 뒤로 중년의 아들 딸을 포함해 총 20여명에 가까운 대가족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운구차에 고인의 관이 실리자 유족들의 흐느낌은 커졌다. 고인의 관을 실은 운구차가 장례식장 바로 옆 화장터로 향하고 고인의 관이 화장터 안으로 들어가자 유족들은 숨죽였던 울음을 터뜨렸다.

어느덧 중년을 훌쩍 넘긴 딸은 "엄마", "엄마"를 수차례 외치다 "사랑해, 엄마"라고 마지막으로 울부 짖었다. 90이 넘은 노모를 보내는 딸의 마지막 고백이었다.

칠순을 넘긴 아들 역시 "고생했어"라며 짤막한 인삿말을 건네고 오열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화재로 어머니를 잃은 황망함에 잠겨 있던 유족들은 애써 의연하게 화장터까지 향했지만 결국 부추김을 받거나 어깨를 들썩이며 화장터를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다. 고인은 화장 후 선산에 영면한다.

28일 오전 경남 밀양시 농협장례식장에서 거행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고 희생자 故 박이선(96)씨의 발인식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18.1.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박씨의 발인 직후 같은 장례식장에서는 고(故) 현수금씨(90·여)의 발인이 이어졌다. 이번 사고로 인한 희생자 중 두번째 발인이다.

오전 7시40분 시작된 현씨의 발인제 역시 유족의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치러졌다. 빈소를 지키던 30여명 남짓한 유가족은 고인의 영정 앞에 모여 마지막 작별인사 건넸다.

"아가, 이리 와. 할머니가 얼굴 한번 보잔다" 발인제를 지도하던 장례식장 직원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빈소를 뛰노는 증손녀 A양(5)을 부르자, 한 유가족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유족에 따르면 현씨는 화재 나흘 전인 22일 세종병원을 퇴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추가 검진을 권하면서 현씨의 퇴원 일자는 일주일 뒤인 29일로 미뤄졌다. 마침 불어닥친 한파도 한몫을 했다. 유가족은 연로한 고인의 건강을 생각해 의료진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결국 퇴원 나흘을 앞두고 발생한 화재는 현씨를 앗아갔다. 병원 3층에서 치료받던 고인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이날 오전 8시 장례식 인근에 마련된 화장터에서 현씨의 화장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순식간에 화장터를 가득 메운 화장터 안에서 고인은 천천히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

한 세기 가까이 산 망자가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시간은 불과 두시간에 불과했다. 현씨의 화장이 시작되자 유가족은 참았던 울음을 비명처럼 쏟아냈다.

한편 경남지방경찰청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 따른 사망자는 전날 오후 10시23분 37명에서 38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상당수 희생자들이 밀양시 내 장례식장이 부족해 빈소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 한동안 희생자들의 장례절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발인이 치러진 밀양장례식장의 경우에도 총 4개 빈소 모두 밀양 화재 희생자들이 사용했다. 이날 박씨와 현씨의 발인이 끝나면서 빈소 2개가 비자 곧바로 밀양 화재로 인한 희생자 2명이 자리했다. 이들 외에도 이 장례식장에는 밀양 화재 희생자 손모씨의 시신이 빈소를 잡지 못하고 안치 중이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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